“변호사 개업 안하고 동네책방을 열겠다,”
퇴임한 김능환(62) 전 중앙선관위원장(전 대법관)의 '과거 발언'이 화제다. 고액연봉을 보장하는 변호사의 길을 가지 않고 동네책방을 열겠다는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
동네책방 주인.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낭만'이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최근 8년간 전국의 서점 수는 29.3%가 줄었으며, 지역에서는 대전 '세이문고'가 지난해 12월 31일 경영난으로 부도처리됐다. 대전에 2000년 318곳이던 서점은 2013년 현재 160곳,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동네 서점의 고사 위기 속에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 9일 도서정가제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소서점업계와 출판계는 도서정가제가 동네서점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터넷 서점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출판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첫째 온라인 도서 구매 시 마일리지나 쿠폰을 적용한 추가 할인을 금지해서 최대 19%에 이르는 할인율을 10%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신간과 구간의 18개월 기한구분을 없애 발간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에 대한 무제한 할인을 폐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왜곡된 출판산업을 바로잡고 '골목서점'을 보호한다는 취지이다. 현행 정가제는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찬성하는 중소 서점들 “할인경쟁 속 동네책방 고사위기… 정가제 강화시 책값 안정 기대”
이에 중소서점업계는 “인터넷 서점의 할인 경쟁으로 인해 고사 직전”이라며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면 유통 체계가 개선돼 책값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하는 인터넷 서점들 “가격 부담에 독서량 감소 초래… 책 경쟁력 더욱 떨어뜨릴 것”
반면 인터넷 서점은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알라딘은 지난 17일 자사 사이트에 “불경기에 정가제까지 강화되면 국민들의 독서량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게재했다. 알라딘은 “도서관 예산대폭증액처럼 긍정적 효과가 명백한 입법지원은 절대 환영하지만 도서정가제처럼 책 판매가를 올려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발상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이나 게임, 영화 등으로 밀려난 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출판 시장의 경우 완전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2003년 이후 지난 10년간 서점 수가 28%나 감소했으며 이는 동일 기간 한국 서점 감소 비율 22%보다도 높다는 알라딘 측의 설명이다.
한편 독자들도 찬반논란이 거세다. 반대측은 마일리지 할인이 제한되고 할인 폭이 컸던 책값이 정상화하면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 정가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당장 책값 정상화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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