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을 상기시키는 것은 돌아가는 모양새가 여간 우려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등 지방분권 관련단체들이 지방분권을 호소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방분권 전문가도, 지방분권 논의기구도 찾아볼 수 없으며, 정부 조직개편안에서도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할 기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에는 3개 소위, 9개 분과가 있지만 지방분권은 전담 분과가 없다. 전담 분과도 전문가도 없으니 정부개편안에서 분권 추진기구가 논의될 리 없다. 물론 청와대 산하에 지역발전위는 살려놓았다. 기능을 개선, 발전시키겠다고는 하나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한 이 위원회가 분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국민대통합이 가능하다”며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해왔다. 분권 없이 '지방 주도'가 가능할 리 없고, 균형발전 없이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 중산층 70%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지금처럼 극심해서는 불가능하다. 이를 인식했기에 당선인도 행정권한의 획기적 이양, 지방 자주재원 확충, 지방대학 발전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당선인이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자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체계적이고 실효적인 추진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중앙정부 때문에 지방의 요구가 늘 한계에 부딪힌 경험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하다. 인수위 활동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지금이라도 추진기구를 만들어 분권 로드맵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다. 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국민들의 요구다. 박근혜 새 정부는 지방분권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런 의지를 실천해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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