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김복경 여성경제인협 대전지회장] 대출 하나에도 남편보증 요구하는 사회

[중도초대석 김복경 여성경제인협 대전지회장] 대출 하나에도 남편보증 요구하는 사회

"여성기업인의 위상, 힘을 합쳐야"

  • 승인 2013-01-22 14:03
  • 신문게재 2013-01-23 11면
  •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전규 기자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전규 기자
▲ 사진=김상구 부장
▲ 사진=김상구 부장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과 지식 정보화 추세 속에서 한국경제가 지속 발전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대내외적으로 여성 경제인들의 역할과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1999년 7월 설립된 여성경제인들의 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는 지역 여성 경제인들의 지위향상과 권익보호를 도모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창업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협회는 그동안 여성창업지원센터 및 여성창업 상담실, 여성창업 보육센터 설치ㆍ운영과 여성창업 강좌개설 등 여성의 창업 지원과 여성 기업ㆍ경제인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제6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복경 대전지회장이 서 있다.

현재 (주)제니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 회장은 그동안 국제회의 기획 전문기업을 운영하며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부권 컨벤션산업의 리더로 글로벌 코리아를 위한 한국 컨벤션산업(MICE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김복경 회장을 대전 둔산동에 있는 (주)제니컴 본사에서 만나, 국제회의 기획 관련 이야기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관련 소회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17일 서구 둔산동 대한빌딩 5층 (주)제니컴 사무실에서 만난 김복경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사무실에는 20여명의 직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보고 있었고, 김 회장 역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일과에 열중했던 모습이었다. 올해부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특유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러면서 협회 총무이사와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몸에 밴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엿보였다.

“무식하게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어요.”
김 회장은 대학 졸업과 함께 우연히 TV에서 본 대전엑스포 홍보도우미가 멋져 보여 도우미에 지원하게 됐고, 이후 국제회의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제니컴을 창업하게 된다.

“국제회의 기획 업무라는 직업이 있나 할 정도로 처음 일을 할 당시에는 국제회의가 생소했죠. 이후 국제회의 전문 기획가로 프리랜서 활동을 하다 제니컴을 만들게 됐어요.”

#. 우연처럼 다가온 국제회의 전문 기획가
김 회장은 1968년 1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나 대전에서 자랐고, 대전동방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과 함께 대전엑스포 도우미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회의 전문 기획과 인연을 맺게 됐다. 관련 업무에 대해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직장 없이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됐고, 결국 2000년 7월 국제회의 전문 기획사를 창업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도우미로 입사해 국제회의 업무를 담당했으니 뭘 알겠어요. 출근해서는 복사는 물론 팩스까지 담당하는 등 잡다한 일은 다했죠. 힘들었지만 배우는 재미로 했어요.”

-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처음 창업을 할 때 자본과 사무실이 제일 어려운 문제였는데, 여성경제인협회 창업보육센터를 만나게 돼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여성이 사업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육아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를 맡겨야 하고, 데리고 와야 하고….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때는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눈 뜨면 출근이고 잠자려고 눈을 감으면 출근이었죠. 기업이 정착되지 않았을 때는 이직하는 직원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늘 혼자 외로운 길이 CEO라는 것을 느끼게 됐죠. 이 때 여경협에서 만난 다른 대표님들과 함께 하면서 동료애를 느꼈고, 가슴에 답답함이 풀어지게 됐어요.”

- (주)제니컴은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가요.

“제니컴은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회의의 유치단계부터 성공적인 개최까지 고객과 함께 기획하고, 그에 따른 전반적인 운영과 실무를 대행하는 국제회의 전문기획사입니다. ”

- 한 가정의 주부ㆍ아내이자 어머니, 한 기업의 사장, 한 기관의 수장으로 1인 4역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들이 겹쳐서 발생할 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아내와 엄마로서 가정을 잘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고, 대표로서 회사를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고, 회장으로서 단체를 잘 이끄는 것도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는 슈퍼우먼이 되고자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최선을 다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 말처럼, 주어진 상황을 즐기면서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 기업 현장에서 여성 기업인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이 시대의 사회적 구조와 고정관념으로 인해 부딪히는 여러 가지 불공정성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이는 누구 하나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다 풀어야 할 것입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대출 등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특히, 대출 시 남편의 보증을 요구하고, 대출금액을 산정할 때도 차별적인 관행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자금 지원 확대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원 정책이라고 봅니다.”

-사업가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제니컴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고객과 협력자 및 동료직원을 서로 섬기고 베풀고 나누는 상생(Happy Together)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는 매출의 1%로 나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 창업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많을 것 같은데요.

“먼저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는 철저한 시장조사 및 준비가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이라는 무모한 마인드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생각만 하고 계획만 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겠죠. 실행을 해봐야 되든 안되든 할거니까요. 철저한 준비와 적절한 시기의 실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파워 넘치는 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 만들 것.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별법인으로 설립됐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대전 등 전국 14개 지역에 지회를 두고 있으며, 1800여 개사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김 회장은 대전지회의 회원사를 앞으로 100개까지 늘려 전국 무대에서 당당히 서고, 네트워크를 통해 파워를 갖춘 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올해부터 여성경제인협회의 수장을 맡게 됐는데, 취임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릴까요.

“협회 창업보육센터 2년, 총무이사 6년, 부회장 3년을 거쳐 맡게 된 회장직인 만큼 많은 열정과 의욕을 갖게 됩니다. 임기 동안에 무엇보다도 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의 지위 향상을 이뤄 회원들에게 힘이 됨은 물론, 많은 여성경제인들이 동반자로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단체로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 77개사인 회원사를 100개사까지 늘려 대전지회가 전국 14개 지회 중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모와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 협회 회장 임기가 3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회 운영방향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회원이 주인인 대전지회를 만들기 위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인의식을 끌어내고, 회원들을 위한 권익보호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자 합니다. 또 타 지회와의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해외 여성경제단체와의 협력교류, 회원들의 지적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사회를 리드해 나가는 여성경제인 단체로 만들고자 합니다. 따뜻한 감성과 리더십을 가진 여성경제인으로 일자리 창출, 여성 가장 창업지원, 소외계층 후원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겠습니다.”

-회장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나, 사업이 있다면.

“지회에 가입을 하고 얼마 안돼서 그만두는 회원들이 있었는데, 임기 동안 신입회원 관리를 잘해서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탈퇴하는 회원이 없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1~2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가입할 수 있는 문은 쉽게 열려 있지만, 지회의 위상으로 누구나 들어올 수 없는 대전지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 대전지역 여성경제인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도 같은데요.

“여성과 경제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면 여성경제인협회 가입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 운영이란 혼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만 잘 살 수도 없습니다. 단체라는 것이 바로 함께 하는 힘입니다. 이 힘은 나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 혼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함께해서 더 큰 일이 되기도 하고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여성경제인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봉사입니다.”

김복경 회장은 “여성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진정한 기업인으로서의 당당함을 갖고 승부했으면 한다”면서 “여성 기업인들의 섬세함, 배려, 상생의 리더십은 당당함을 바쳐주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말을 끝맺었다.

●김복경 회장은
1968년 대전 출생, 대전동방여고ㆍ이화여대 법학과 졸업, (주)인터컴 근무, (주)제니컴 대표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충남지회 총무이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 부회장, 한국PCO협회 이사, 한국MICE협회 기획재정위원, 대전시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총무 부회장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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