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완석 교수 |
그런데 이 생소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학술적인 용어는 이미 지난해 7월 대전시에서 주요시정 이념으로 삼고 시민 친화적 슬로건으로 선정했던 화두였다. 본래 경제학자출신인 염 시장은 '대전형 사회적 자본 확충'에 대한 강한 의지로써 '2013년이 사회적 자본 확충의 실질적인 원년의 해가 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것'을 시사했다. 이 보도를 접할 때 시가 국정에 앞서가는 선진형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 내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와 소통, 참여와 배려를 키워드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과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무형의 자본을 일컫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대전시는 올해 시정을 '신뢰와 소통', '참여와 배려', '협력과 상생'으로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참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신뢰와 소통을 위한 그리고 협력과 상생을 목적으로 시에 한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근간에 이르러 대전이라는 도시문화에 대한 평가는 '문화예술의 증흥기'라고 한다. 그러나 메가트렌드(Megatrend)라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일고 있는 시대적 조류(trend) 차원에서 볼 때 대전의 문화콘텐츠 메가트렌드에 대한 색다른 구상이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일반적 개념으로 볼 때 문화콘텐츠는 순수예술을 포함해 일반 대중문화와 매체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적 차원에서 보는 문화콘텐츠는 순수예술을 제외하고 대체로 대중문화 콘텐츠를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다. 즉 영화, TV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게임 등 상업성을 지닌 콘텐츠를 말한다. 현재 문화콘텐츠 산업의 변화는 복합화, 디지털화, 국제화 등의 개념으로 치닫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디지털화된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하는 등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에서 융복합적인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방적인 소통만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가 일반 대중과 쌍방향으로 교류, 소통하게 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고 이것이 또 다른 형식의 콘텐츠들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기반이 된다. 바야흐로 브로드밴드 시대다. 결국, 이런 변화가 국내 자칭 2류가수를 세계적인 가수로 등극하게 했고 국산영화가 외화들을 물리치고 1000만 관객으로 앞장서면서 연 1억명 관객 시대를 열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메가트렌드 시대에 있어서 과학 메카를 꿈꾸는 시는 어떠한 기능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가? 몇 년 전 3D 입체영상 '아바타'의 흥행 열풍이 불고 있었을 때 시는 영상산업의 인프라를 내세우면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설립했고 미래성장산업이라고 자신 있게 발표했다. 실제 대전에는 한국형 CG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이 여럿 있다. ETRI는 이미 '반지의 제왕' 특수효과를 제작한 뉴질랜드의 NZISI와 MOU를 체결, 영화시각 특수효과 소프트웨어 개발과 CG, 가상현실 등 폭넓은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했다.
또 ETRI의 CG관련 특허기술을 출자해 설립된 기업인 (주)매크로그래프는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의 CG를 제작했다. 그리고 KISTI도 그래픽스 전용 슈퍼컴퓨터와 렌더링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특수효과로 국산영화 '국가대표'의 활강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문화콘텐츠 진흥과 영상산업육성을 위해 설립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우리는 진전된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다. HD 드라마타운 조성, 액션 영상센터건립과 국내영화 촬영지 유치로 지역 소비경제에 유익함을 주겠다는 정도로만 지역언론을 통해 듣고 있을 뿐이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은 대전영상위원회 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협력과 상생'이라는 '사회적 자본 구축'의 원리로 볼 때 대전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이러한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개발성과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결집해 도시 미래성장산업으로 시민들에게 비전을 제공해 주어야 함은 물론, 영상산업뿐 아니라 다각적인 장르별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것이 세계화 구도에서 경쟁력 승부의 요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사업전개를 위해 우수한 인프라 구축문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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