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그리고 그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초청받은 명사의 졸업식 축하연설이다. 그 해에 어느 유명인사가 초청되는지 학생들의 관심이 대단해서 거의 1년 전부터 여론조사, 인기투표를 하는 등 법석을 떠는 학교도 있다. 언론들의 관심도 이에 못지않아서 어느 학교에서 어떤 명사가 무슨 내용의 축사를 했는지를 특집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많다.
일개 대학교의 졸업식 연설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풍토는 우리에게 낯설다. 최근에 인상에 남았던 졸업식 연설은 마침 IT 시대의 대표적 천재이자 치열한 경쟁자였던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연설문이다.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동부의 하버드 대학과 서부의 스탠퍼드 대학은 모든 면에서 대조되는 라이벌 대학인데 졸업식 연설까지도 각각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라는 최고의 경쟁자들을 초청해서 졸업식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2005년 6월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제 고인이 된 잡스는 자신의 인생 굴곡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졸업생들에게 큰 도전을 준 바 있다. 특히 감동을 주었던 것은 암과 사투를 벌였던 잡스의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다. 잡스는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하며…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져라”는 도전을 던졌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그를 철학자로 만들었고,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구하라, 언제나 우직하라!)라는 결론은 그를 예술가의 경지로 이끌었던 명연설이었다.
2년 뒤인 2007년 6월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 초청된 빌 게이츠 역시 '창조적 자본주의'에 관한 졸업식 연설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모교이자 중퇴했던 하버드 대학에 초청받고 무슨 말을 할까 6개월이 넘도록 고심하던 게이츠는 2차 대전 당시의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마샬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영감이 떠올라 연설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꼭 60년전인 1947년 역시 같은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 전후 유럽의 복구를 위한 유명한 '마샬플랜'을 발표했던 역사를 떠올리며 불평등 퇴치를 위한 '창조적 자본주의' 구상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전 세계 10억 빈민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길을 함께 모색하자”라는 그의 제안은 그해 미국 대학 졸업식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전문직종에서 얼마나 성공하는 것보다 세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잘 봉사했는지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라”는 부탁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사람의 권고라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의 연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곧 신분에 따른 도의적 의무의 귀감을 보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제시한 명연설로 기억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졸업식을 열기 시작할 것이고 졸업생들은 그야말로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될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업을 마쳤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서 우울한 졸업생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희망을 밝혀주고 젊은이의 패기를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는 멋진 졸업식 축사가 어느 대학에서 들려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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