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엘 신부로 인한 놀라운 사랑의 체험이 장발장을 관용과 사랑의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 그 후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 발명품으로 공장을 시작하면서 큰 부자가 되고 그 도시의 시장까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발장이 마차에 깔린 노인을 구하게 되는데 이 광경을 목격한 자베르 경감이 그가 마차를 드는 놀라운 힘을 보면서 가석방된 후 달아난 죄수(장발장)을 연상하게 된다. 자베르 경감은 마들렌 시장을 장발장으로 고발하지만 또 다른 장발장이 붙잡힌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제 장발장은 혐의를 벗게 된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장발장은 법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달아난 죄수 장발장임을 자백하고 무기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이 이야기 속에서 신부의 행동을 살펴보자.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놀라운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떻게 될까? 우선 성당 내의 은그릇이나 은촛대가 마들렌신부의 소유인가라는 의문점이다. 물론 신부의 소유물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결국 신부의 이러한 행동은 장발장의 절취행위를 공모한 자로서의 행동인 것이다. 특히 은촛대까지 준 행동은 죄질 면에서도 아주 나쁘다. 왜냐하면 장발장의 절도죄를 은폐해 주었을 뿐 아니라(형법 제155조 증거은익으로 인한 증거인멸죄) 절도죄의 범인인 사실까지 숨겨주었고(형법 제151조 범인은익죄) 심지어 은촛대 절도에 대하여는 함께 공모한 행동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절취행위의 묵시적 합의까지에 이르렀던 것이고 마들렌 신부는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된 것이다.(형법 제329조 절도죄, 제30조 공동정범) 만약 이 사건으로 마들렌 신부를 체포하여 그 죄를 묻는다면? 엄격한 법의 잣대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죄명으로 신부를 기소해야 하고 법원은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속의 또 다른 의문점, 과연 장발장의 잘못에 대한 형벌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라는 것이다. 빵을 훔쳤다는 이유로 5년형을, 감옥을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하였다는 이유로 19년형까지 살다가 가석방으로 겨우 사회에 나왔는데 그 후 가석방사실을 숨긴 탓에 실제 장발장은 죄 없는 가짜 장발장을 위해 자백을 하면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19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형이 무거웠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형벌적인 관점에서 보면 황당하게 무거운 형벌임에 틀림없다. 오늘날은 아마도 기소유예 정도로 끝나 장발장과 같은 억울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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