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페이퍼리스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페이퍼리스

김은주 편집부 차장

  • 승인 2013-01-21 13:31
  • 신문게재 2013-01-22 21면
  • 김은주 편집부 차장김은주 편집부 차장
나의 컴퓨터 입문은 일명 도스시대 였다. 컴퓨터 부팅을 하면 검정 모니터에 C:DOS> 프롬프트가 깜빡이면서 순식간에 영문이 영화 엔딩크레디트처럼 올라가는 모습은 컴퓨터 초보자인 나를 기죽이곤 했다. 그리고는 다시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프롬프트에게 무엇을 해줘야할지 몰라 한참 망설이기도 했다. 컴퓨터 앞에서 그렇게 쩔쩔매는 제자들에게 교수님께서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를 얘기했다.

“앞으로 21세기에는 종이가 없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고, 그 자리는 컴퓨터가 대신 할 것이다.”

교수님의 선견지명에 당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컴퓨터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을 막연하게나마 그려봤던 것 같다. 하지만 '종이가 없어지는 세상'은 손 안에 컴퓨터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당시엔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종이가 사라진다는 걸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강산이 몇 번 바뀌지 않은 지금, 사람들은 걸어다니면서 TV를 시청하고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한다. 국내 한 가수의 노래는 순식간에 세상 밖으로 퍼져 지구촌 곳곳에서 똑같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컴퓨터는 신문업계에도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기기는 종이로 전하는 세상 소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시간으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빠르고 신속하게 뉴스를 전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신문업계는 이제 종이로부터의 엑소더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본지가 홈페이지, 트위터 등을 통해 첨단미디어로 발벗고 나선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본지 서고도 열외일 수 없다.

60여 년 역사를 가진 중도일보 서고엔 1956년부터 제본된 신문들이 보관돼 있다. 색이 바래고 일부는 파손됐지만 그 안엔 과거 대소사가 뚜렷이 존재한다. 기사를 찾다 딸려 나온 옛 사건이나 미담에 눈을 뺏겨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일도 허다했다. 자료를 찾느라 뒤적거리다보면 먼지와 함께 일어나는 퀴퀴한 냄새는 마치 보물상자를 여는 듯한 설렘도 줬다. 먼지 쌓인 종이신문이 주는 맛이었다. 아쉽지만 그 맛을 느끼는 것도 이제 그만이다. 본지는 2012년 말 종이신문 보관(신문제본)을 중단했다. 경제성을 비롯한 여러 이유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제 신문 원본은 본지 홈페이지에서 PDF로만 확인할 수 있다.

2053년 어느 날, '중도일보' 종이신문을 서고에서 뒤적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땐 메모를 할 때 스마트폰보다 연필과 종이에 손이 먼저 가고,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전자신문보다 종이신문을 먼저 찾는 이도 없을 테니 안타까워할 일은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다.

김은주ㆍ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