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의사 숫자 논쟁의 극복방안

  • 오피니언
  • 시시각각

[안상윤]의사 숫자 논쟁의 극복방안

[중도 프리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13-01-20 13:35
  • 신문게재 2013-01-21 21면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한동안 잠잠하던 의사 수급문제에 대한 논란이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국회에서 열린 의료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의학과 정원을 현 상태로 묶어둘 경우 2020년에는 최소 3만 명, 최대 10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해 의료대란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현재의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많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의사숫자 논쟁이 기회만 있으면 분출되는 이유는 그것이 국민의 건강복지는 물론 의사들의 경제적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도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이 행복한 나라' 비전을 추진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의사숫자를 OECD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인구 1000 명당 독일 3.6명, 프랑스 3.3명, 일본 2.2명에 비해 1.9명으로 적은 편이다.

이처럼 의사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학과 정원동결을 약속했고, 이후 의학과 증설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의사집단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복지확대요구에 부응해 의사 인력 증원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10만 8000여 명의 전체 의사면허 취득자 중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는 8만여 명에 불과하고, 이들 중 대부분은 도시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 결과 농어촌지역 주민 대다수는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큰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가 의사 증원을 거론하지 못하는 것은 표를 의식하여 의사집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의사들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종사자 수를 늘리는 것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당연히 큰돈을 벌어야 하는 전문직종이며, 그렇지 않으면 의사가 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문제다. 의사가 되어 돈을 벌지 못하면 마치 무능력자처럼 인식되는 가치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창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환자숫자가 수입을 결정하는 현행 국가 주도의 의료시스템 하에서 의사들은 최소한의 시간에 가장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려고 한다. 환자는 30분이나 1시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로부터 몇 마디 지시를 받고는 쫓기듯이 진료실을 나와야 한다. 그야말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만인 후진적 의료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구미의 의료서비스 공급모델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면허 도그마의 극복과 의사선발제도를 혁신하는데 있다. 모든 의료서비스 공급을 의사면허 하나로 해결하기에는 국민의 불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치료를 달고 살아야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하루빨리 처방 없는 전문물리치료실 양성화 같은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비롯한 각종 대체의학들도 소비자 선택권과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활성화가 요구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 의사의 연간 평균수입은 우리 돈으로 1억 원 남짓이며, 벽돌공의 경우에도 연간 6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이들은 의사역할을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흥미와 보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다. 의사면허는 본질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국민의 건강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철학도 가지고 있다.

특권의식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의사들이 부에 대한 심리적 구속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단순히 그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요구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것보다는 인술로서의 의료를 실천할 수 있는 가치관과 특성을 갖춘 사람들을 의사로 선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야만 환자들과 의사들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