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박근혜 대통령당선인도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이 행복한 나라' 비전을 추진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의사숫자를 OECD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인구 1000 명당 독일 3.6명, 프랑스 3.3명, 일본 2.2명에 비해 1.9명으로 적은 편이다.
이처럼 의사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학과 정원동결을 약속했고, 이후 의학과 증설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의사집단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복지확대요구에 부응해 의사 인력 증원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10만 8000여 명의 전체 의사면허 취득자 중 진료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는 8만여 명에 불과하고, 이들 중 대부분은 도시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 결과 농어촌지역 주민 대다수는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큰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가 의사 증원을 거론하지 못하는 것은 표를 의식하여 의사집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의사들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종사자 수를 늘리는 것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사는 당연히 큰돈을 벌어야 하는 전문직종이며, 그렇지 않으면 의사가 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문제다. 의사가 되어 돈을 벌지 못하면 마치 무능력자처럼 인식되는 가치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창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환자숫자가 수입을 결정하는 현행 국가 주도의 의료시스템 하에서 의사들은 최소한의 시간에 가장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려고 한다. 환자는 30분이나 1시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사로부터 몇 마디 지시를 받고는 쫓기듯이 진료실을 나와야 한다. 그야말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만인 후진적 의료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구미의 의료서비스 공급모델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면허 도그마의 극복과 의사선발제도를 혁신하는데 있다. 모든 의료서비스 공급을 의사면허 하나로 해결하기에는 국민의 불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치료를 달고 살아야하는 노인들을 위하여 하루빨리 처방 없는 전문물리치료실 양성화 같은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음성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비롯한 각종 대체의학들도 소비자 선택권과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활성화가 요구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 의사의 연간 평균수입은 우리 돈으로 1억 원 남짓이며, 벽돌공의 경우에도 연간 6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이들은 의사역할을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흥미와 보람으로 여기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다. 의사면허는 본질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국민의 건강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철학도 가지고 있다.
특권의식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의사들이 부에 대한 심리적 구속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단순히 그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요구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것보다는 인술로서의 의료를 실천할 수 있는 가치관과 특성을 갖춘 사람들을 의사로 선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야만 환자들과 의사들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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