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위주 출제 형식 개선과 시험문제의 사후관리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당시험에는 ▲피터스의 교사에 대한 권리와 교권 신장방안 ▲성취평가제 생활기록부 변경사항을 통한 학업관리체제방안 ▲웹 2.0 핵심가치 설명과 교과연구회 활성화방안 ▲귀인이론 근거로 한 학력증진 방안 ▲학교폭력예방방지법상 가해학생 조치사항 및 분쟁처리절차 ▲의사결정모형 제시 뒤 충남학력 뉴 프로젝트 2.0 정책보고서 작성 등 6문제가 나왔다. 문항마다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모두 특정지식을 암기해 답을 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교원들에 따르면 교육학자 피터스의 권리와 귀인이론은 교육학 책에 나와 있으며 의사결정모형 역시 교육과정에 나오는 이야기다. 학교폭력 문제는 현행 법률 지식을 요구하고 있고 생활기록부 변경사항은 정부 정책 숙지 여부를 묻고 있다.
충남교육 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전문직 선발시험이 대부분 교사의 창의성 발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단편지식 암기위주로 출제되는 것이다. 지역 모 교사는 “특정지식을 외워 알고 있지 않으면 충실한 답안을 작성할 수 없도록 문제가 나왔다”며 “이런 식이라면 승진욕심이 있는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충실하기 보다는 책만 붙들고 있을 것”이라고 문제유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험문제의 사후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보는 해당 시험 6문제를 모 네티즌의 블로그에서 찾아냈고 이는 수사 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에 올라온 시점은 지난해 7월 22일로 논술시험이 있었던 같은달 14일 이후 8일 만이다.
불과 수일 만에 기출 문제가 버젓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셈이다. 각 시ㆍ도교육청은 전문직 시험이 종료되면 응시자로부터 시험지를 모두 거둬 간다. 때문에 인터넷 또는 오프라인에서 나도는 기출문제 이른바 '족보'는 응시자가 적어 나오거나 머릿속에서 외운 것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족보가 나도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위를 규제할 장치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족보가 범람할 경우 출제위원과 일선 교원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힘든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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