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가 진행됐던 지난 한 주간 '불통', '깜깜이'이라는 표현은 인수위를 가리키는 관용어구로 인식될 정도였다. 정책결정 '과정'이 공개되는 것은 국민 혼란만 부추긴다며 인수위와 박근혜 당선인이 결정한 '결과'만 보여주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출범 때부터 '낮은 자세'를 강조해온 인수위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도 '낮은 자세'로 받는데 집중하는 만큼 새로운 얘기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제출 보고서의 목차를 읽는 수준으로 브리핑을 되풀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하러 온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 자연스레 화제가 된다. '함구령'이다.
업무보고를 마친 부처 관계자들은 “인수위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절대 언론에 알리지 말라”는 얘기를 인수위 측으로부터 수차례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업무보고를 받은 측인 인수위 쪽에서 취재가 안되다보니 업무보고를 한 부처 쪽으로 언론이 접촉하면 “저작권은 모두 인수위에서 있다고 하니, 우리 쪽에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고 선을 긋는다.
엄연한 권력의 역학관계 속에서 인수위 측의 “발설하지 말라”는 '발언'은 부처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업무보고를 다녀온 한 부처 관계자가 “인수위원의 발언 중에 가장 잘 기억나는 것은 '언론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였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인수위 기자실에서 북한 측의 해킹 정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없는 사람들끼리 도와야지”, “북한도 오죽 취재가 안됐으면 그러겠느냐”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이날 북한 해킹 사건은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기자실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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