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원산지표시 위반 속출 '수입산 섞어야 그나마 장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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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원산지표시 위반 속출 '수입산 섞어야 그나마 장사가…'

단속도 속수무책

  • 승인 2013-01-16 17:39
  • 신문게재 2013-01-17 8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유통업계가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의 원산지표시 위반에 대한 유혹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매출이 줄어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단속에 나선 관련 공무원들 역시 상인들의 불만 표출로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16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단속된 업소는 406개소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형사입건 276개소, 원산지 미표시로 과태료가 부과된 업소는 130개소에 이른다.

2011년에도 416개 업소가 단속돼 293개소가 형사입건됐고, 123개소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올해는 단속 초기여서 아직 통계는 잡히지 않았지만 식당 등지에서 배추김치의 원산지 거짓 표시나 미표시 사례가 중점적으로 적발되는 실정이다.

2011년에 비해 지난해 적발 건수는 수치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상인들에게 원산지표시 위반 유혹은 떨쳐내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는 만큼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하소연하는 상인도 부지기수다.

전통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대형마트에 밀려 매출이 줄어 하루 벌어 먹고살기도 힘겹다”며 “잘못인 줄 알지만 수입산과 국내산을 섞어 판매해야 조금의 이윤이라도 더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국내산 김치와 수입산 김치의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간혹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손님 상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며 “장사가 잘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원산지표시가 대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몰지각한 상인들로 인해 물이 흐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잡곡 판매상 A씨는 “인근 가게에서 수입산과 국내산을 섞어 국내산으로 싸게 팔 경우 손님들은 옆 가게로 가는게 현실”이라며 “요즘에는 올바르게 장사해서 먹고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을 펼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장사도 안 되는데 단속까지 나오면 손님들이 더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이 근본적인 원인인 셈이다.

충남농관원 관계자는 “원산지표시에 대한 지도와 홍보를 통해 많이 정착됐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부정유통 행위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도 및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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