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피해 1370만원 신고

신청액 높을수록 인정률 저조… 5년 기다린 주민들 불만

“5년 넘게 기다렸는데, 피해금액을 0원으로 결정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16일 오전 10시 서해안 유류오염사고 국내 사정재판 결정문이 공표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층 민원실.

이곳에 별도로 마련된 피해금액 검증서와 노트북을 통해 결정금액을 열람한 지역별 유류피해대책위원회 대표와 피해주민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사정재판 때보다 피해금액 인정액이 늘긴 했지만, 5년을 기다려온 피해주민들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크게 부족했기 때문.

맨손어업의 경우 신고금액이 낮을수록 인정액이 높게 책정됐지만, 반대로 신고금액이 2400만원 이상의 경우 피해금액 인정비율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맨손어업의 인정액에 대한 주민간 편차도 컸다.

태안군 이원면 이 모씨는 제한채권신고금액으로 1749만원을 신청, 국제기금보다 10배가량 많은 1693만원을 검증금액으로 인정받았고,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이 모씨도 신고금액으로 669만원을 신청해 검증금액으로 100% 인정됐다.

검증단은 제한채권자가 제출한 자료 확인결과, 조업사실 및 유류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고 인정했다. 단, 검증단 검증금액이 채권자 청구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태안 소원면 강 모씨의 경우 8221만원을 신고했으나 검증금액은 1490만원에 그쳤다. 또 같은 지역 김 모씨는 1억6599만원을 신고했지만 20%인 3354만원을 인정,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관광분야는 더욱 심각했다. 대부분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를 입증할 증빙자료가 없어 신고금액에 대한 인정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태안 소원면에서 숙박업을 하는 신 모씨는 “피해금액으로 1370만원을 신고했는데, 국제기금 때도 0원이 나오더니 사법부에서도 0원이 나왔다”면서 “마지막 사법부에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처럼, 국내 사정재판 검증액이 턱없이 낮게 결정되자 사고로 생계터전을 잃은 피해주민들은 실망감과 함께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문승일 사무국장은 “피해주민 주장이 조금 받아들여졌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관광업 쪽에 종사하는 주민은 거의 IOPC가 사정한 금액을 인용하다시피 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피해민들은 그동안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지 꿈에도 몰랐다. '사법 살인'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앞으로 변호인과 피해민 대표자들과 모여 향후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협약에 따라 3300억원 한도 내에서 피해보상 책임을 져야하는 IOPC 역시 법원이 확정한 피해금액이 자신들의 사정 결과와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민사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주민들도 이번 결정액이 피해청구액 대비 크게 미달함에 따라 피대위별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박태구ㆍ서산=임붕순ㆍ태안=김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