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에 대한 손해액 산정은 사고 발생 5년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피해주민이 요구한 금액과 국제기금(유류 오염손해보상 국제기금ㆍIOPC 펀드)이 자체 산정한 규모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반발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5년만에 최초의 산정금액 판단=이번 사정재판은 2007년 12월7일 허베이 스피리트 유조선 기름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5년만에 최초로 법원이 손해액 산정금액을 산출한 것이다. 앞으로 피해주민들 손해배상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결정이다.
향후 채권금액이 확정될 경우 피해주민들에게 현실적인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게 되고, 국가와 지자체 등이 피해주민들에 대한 추가적 지원을 하는데 있어 지원 규모와 지역을 정하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사정재판의 내용은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어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피해주민과의 손해액 차이=우선 피해주민 등 채권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채권자(피해주민 등)들이 주장하는 손해기간을 3년으로 보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또 연간 어획량이나 매출액에 대해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금액을 과다하게 청구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증빙자료를 토대로 손해금액을 인정했고, 예외적으로 손해발생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손해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국제기금과의 손해액 차이=국제기금의 사정결과에 대해 재판부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금액 산정했다.
우선, 국제기금은 어업생물이 폐사했다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다량의 유류가 유입됐다는 점에서 인정했다.
또 국제기금은 비수산분야의 일반적인 손해 발생기간을 2008년 9월까지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광객 추이 등에 비춰 태안군의 일반적인 손해 발생기간을 2008년 12월까지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국제기금은 대부분의 위법소득을 손해배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법성 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무면허와 무허가, 무신고 어업, 미지정 민박업, 미신고ㆍ무허가 요식업, 미신고 판매대여업 등의 손해를 폭넓게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금은 대부분 연소득 2400만원 이하인 채권자들에 대해 추계방식의 손해산정을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손해 발생 사실이 소명되는 채권자에 대해 다양한 산정방식을 활용해 손해액을 산출했다.
한편, 국가와 지자체가 청구하는 손해배상채권(방제관련 비용, 환경개선비용, 경제적 손실 등)은 후순위채권으로, 모두 2174억3616만6357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반 채권 금액이 국제기금의 책임한도인 3298억원을 초과해 국가와 지자체가 선주사나 국제기금으로부터 배당받을 부분은 없다.
윤희진ㆍ서산=임붕순ㆍ태안=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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