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은 2013년 화두를 '집사광익(集思廣益)'으로 정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책사인 제갈공명이 부하장수들에게 쓴 글에서 유래됐다.
김신호 대전교육감은 계사년 사자성어로'현량자고'(懸梁刺股)를 선보였다.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며 학문에 정진한다'는 의미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올해 사자성어로 '입교신도(立敎新都)'를 내놨다. 신도시 내포에서 충남교육을 새롭게 세워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삼성그룹은 '일을 도모할 때 만전을 기해야 번창한다'는 '득전전창(得全全昌)'을, LG그룹은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목표를 이룬다'는 '개물성무(開物成務)'를 새해 다짐으로 내놨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어려울수록 단결하고 분발해 나라를 부흥시키자'는 의미의 '다난흥방(多難興邦)'을,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은 '목표를 향한 길의 고난과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이한위리(以患爲利)'를 새해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지성인을 대표한다는 대학교수들은 흑뱀의 해인 올해를 '제구포신(除舊布新)'으로 정했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이 말은'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는 한자성어(漢字成語) 혹은 고사성어(故事成語)다. 주로 중국과 한국의 고사에서 유래해 비유적인 내용을 담은 함축된 글자다. 상황, 감정, 사람의 심리 등을 묘사한 말이다.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표현을 풍부하게 해 준다.
이 글의 코너명인 청풍명월(淸風明月)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결백하고 온건한 성격을 평하는 말이다.그래서 충청도 사람을 비유해 쓰기도 한다. 더불어 해학으로 세상사를 논함을 비유해 사용된다.
'사자소통(四字疏通) 네글자로 끝내라'책을 낸 이남훈 작가는 사자성어에는 노골적이지 않게 심중을 표현하는 절묘함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상대의 뇌리에 꽂혀 익혀지지 않는 강렬함과 말하는 이의 권위를 빛내주는 품격 등이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 지 저명인사들은 신년 초마다 사자성어를 애용한다.
하지만 발표되는 사자성어중엔 시험에도 잘 나오지 않는 난해한 문구가 너무 많다. 한자나 고전을 익히지 않은 사람은 뜻풀이 없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교육이 줄어들면서 학생들과 젊은 세대들은 자신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라면 애를 먹기 일쑤다. 그게 현실이다.
이들 젊은 세대들이 훗날 저명인사가 됐을 때 사자성어로 자신의 의중을 표현할까? 아마 그때는 영어 문장이 유행할 지도 모르겠다.
김덕기ㆍ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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