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음주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시험 출제를 맡은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같은 출제위원들의 행위가 자칫 시험문제 유출과 연관이 있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24기 전문직 시험 논술 출제위원 7명은 지난해 7월, 9박10일간 공주의 모 펜션에서 합숙을 했다. 이들은 출제 장소를 사전에 모른 채 합숙 시작 당일 모처에서 모여 이 펜션으로 이동했다.
충남교육청 전문직을 뽑는 중대한 시험으로 철저한 보안이 유지돼야 하지만 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출제위원들은 이 기간에 식사를 외부의 식당에서 대부분 해결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개인 노트북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숙소에 도착한 직후 개인 휴대폰만 교육청 담당직원에게 제출했을 뿐 별도의 몸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합숙이 끝나기 직전에는 일부 출제위원들이 교육청 관계자와 함께 석식을 하면서 음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만 격리된 생활 속 출제 작업일 뿐 실제로는 비교적 외부와의 접촉을 자유롭게 하면서 지낸 것이다. 시험문제 외부 유출 차단을 위한 철저한 보안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출제위원 A씨는 출제위원들의 행동에 대한 섣부른 억측을 경계했다.
그는 “합숙기간 중 합숙소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외부에서 먹었을 뿐이고 노트북은 일해야 하는 데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예산이 넉넉해 합숙여건이 좋았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음주 부분에 대해서는 “출제가 모두 끝나고 합숙이 끝나기 전날 밤 시험지를 봉인한 상태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 했을 수도 있다”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출제 기간에 술판을 벌이는 등의 행동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출제위원들의 행동이 비단 해당 시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전문직 출제위원을 맡았던 교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식사는 모두 외부에서 해결하고 몸수색 같은 절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이들이 성실히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관리 감독할 제도적 장치도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출제 기간에 철저한 보안을 장담했던 충남교육청은 발칵 뒤집혔다.
합숙기간에서의 시험문제 유출 여부를 떠나 출제위원들의 이같은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충남교육청 감사실 관계자는 “현재 제기된 내용이 공직자로서 성실의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출제위원들을 모두 불러 사실 관계 여부를 판단한 뒤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일벌백계 방침을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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