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었던 곳의 환경을 비롯하여 굽이굽이 물줄기를 만들며 흘러 내려오는 동안 생겨났던 수많은 곡절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바다로 흘러들 듯, 교육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일들이 결국엔 하나의 정점에서 더 완성도 있는 형상으로 만나기 위해 서로를 단련시키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가끔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항변해도 결국엔 본인 마음 씀의 결과물인 것을 인정해야 하는 때가 있다. 삶의 순간순간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의지로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고 항변해도 결국엔 본인 살림살이의 결과물인 것을 어찌하랴! 가장 정확한 잣대요, 한 치 오차도 없는 셈의 논리가 바로 어떠한 결과에는 반드시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원인이 되는 꺼리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겨울방학을 했지만 우리 센터에서는 관내 특수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각자의 학교에서 익숙한 친구들과 익숙한 공간에서 학교생활을 하던 아이들이지만, 방학 중엔 여러 학교에서 온 낯선 친구들과 덜 익숙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계절 따라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모습마냥 변화무쌍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방학교실에 빨리 가자고 엄마를 졸라, 졸래졸래 엄마 손잡고 센터 앞까지 와서는 갑자기 들어오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 하하 호호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다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폴짝거리는 아이, 화장실 가고 싶다해서 보조교사 손잡고 내보냈더니 갑자기 화장실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 아이.
한 명 한 명 자기색이 분명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는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저래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또 항상 학생들에게 대답해 주는 말이 있다. “허허, 이유가 없기는요. 우리가 모를 뿐이지요. 우리아이들 행동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지요. 이유 없이 행동한다고 단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행동으로 말하는 걸요. 행동으로 하는 말을 우리가 빨리 알아채도록 노력해야 해요.” 선배교사로서 이렇게 말을 하곤 있지만, 정작 나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황망해 하는 때가 종종 있다.
요 근래, 계절학교 운영을 하면서 교실 속에서 형형색색 다양한 색깔을 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인연법을 생각하게 된다. 하긴 이렇게 거창하게 현학적인 말은 접어두고, 특수교육 이론을 떠올려보아도 학생들이 표출하는 행동 속에는 행동을 촉발하고 유지시키는 선행사건과 후속 결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선행사건을 파악하고, 후속결과를 어떻게 변화시켜 중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행동을 촉발하고 유지시키는 선행사건과 후속결과, 그리고 인연법,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가지 연이 이렇게 하나로 모이는 것을 보게 된다. 마치 근원이 다른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바다로 모여드는 것처럼.
거역할 수 없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 짧은 단어, 간단한 동작 하나에 담겨있는 심오한 인연법, 촉발된 문제행동을 중재하고자 들여다보는 선행사건 등 개개원성(箇箇圓成), 모두가 자유인인 아이들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너무 크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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