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에 변변하게 입을만한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무명옷에 솜을 두어 누벼서 입거나 얇은 옷들을 여러 가지 껴입는 정도였다. 무명옷 이후에 옷의 혁명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옷이 스폰지점퍼였다.
스폰지점퍼는 말 그대로 나일론 옷감사이에 얇은 스폰지를 충전재로 넣어 만든 점퍼였다. 나일론 자체도 아무리 오래입어도 떨어지거나 잘 찢어지지 않는 혁명적인 옷감이었지만, 온기를 보존하는 데도 스폰지만한 첨단소재가 없었다. 지금이야 오리털, 거위털도 모자라서 그 치밀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스폰지가 유일하였다. 그런데 이 스폰지는 처음 대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여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포근포근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구기적거려도 쥐었다 놓기만 하면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요술 같은 물건이었다. 물에 담그면 물도 잘 머금고 물을 짜내면 곧바로 원형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첨단놀잇감인 스폰지는 따로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은 호시탐탐 스폰지를 구하려고 애썼으며, 어쩌다가 한 뭉치의 스폰지를 구하는 날이면 왕이 된 느낌이었다. 스폰지 한 조각이라도 얻으려고 모든 아이들이 따라 붙곤 하였다. 그런데 이 스폰지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스폰지점퍼에 들어있는 스폰지를 떼어내는 것이었다. 스폰지를 떼어내면 점퍼는 얇디얇은 나일론 천만 남아서 점퍼는 추위를 막는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발동한 어린이들은 스폰지를 뜯어내는 유혹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스폰지점퍼는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 큰마음을 먹어야 스폰지점퍼를 사주셨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퍼 속 스폰지를 다 뜯어내 놀이감으로 쓴 일이 탄로나면 여지없이 어머니의 꾸지람을 감내해야만했다. 나일론은 천 자체가 미끄러워서 바느질 땀을 따라 쉽게 섬유가 빠져나와서 어머니들께서는 점퍼를 뒤집어서 등잔불이나 촛불에 나일론 섬유 끝을 일일이 녹여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스폰지점퍼는 불에 약해서 썰매를 타고 모닥불을 피울 때 불똥이 튀면 여지없이 구멍이 나곤 하였다. 서로 불똥을 튀겨 점퍼에 구멍이 뚫리도록 장난치는 짓궂은 친구들도 있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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