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이 교장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초ㆍ중등학교의 교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단편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약간의 부러움이 요동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의 교장선생님은 권위적인 면이 많이 부각돼 교사의 최고봉으로서 위엄까지 갖추고 있다. 대부분은 모두 훌륭하고 많은 노력으로 교장직에 오른 분들이다. 그 디딤돌이 되는 것은 교육전문직인 장학사 선발부터 이뤄진다.
그런데 최근, 있어서도 안되는 교육전문직 비위사건이 충남도교육청에서 발생했다. 이는 일부 잘못된 선발제도와 치열한 경쟁이 부른 참사였다. 도덕성 마비 현실이 개탄스럽다.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장학사와 교사의 비교육적 커넥션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수사 대상자만 20여명에 이르는 등 조직적 범행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근원을 도려내려면 진상부터 철저히 가려내는 것이 우선이다.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비위 사건으로 교원들이 왜 장학사가 되려는지 짚고 넘어가자. 평교사로 정년퇴직하는 교사가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장학사가 되면 고속 승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정년 퇴직한 초등 및 중등 교원 117명 중 평교사는 51명(43.5%)이란다. 명예퇴직까지 고려하면 같은 또래에서 승진을 못 하고 평교사로 그만두는 교원은 더욱 많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에서 장학사로 신분을 갈아타면 최소한 평교사 정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5년 이상 근무하면 교감, 교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장학사 경력이 없는 평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 25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 승진'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교육계에서는 전문직시험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先)시험 후(後)면접, 내부 인사 일색인 출제위원 구조에서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부정이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교육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청이 장학사 시험은 1차 논술 시험을 통해 2배수를 추린 뒤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자를 가린다. 때문에 일선 교원들은 자칫 1차 관문인 필기시험에서 '올인'할 수밖에 없다. 일단 붙고 봐야하기 때문에 부정의 소지가 싹튼다. 선배 장학사에게 정보를 캐내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족보' 입수에도 사활을 건다. 이번 사건처럼 금품을 동원해서라도 '고급 정보'를 얻으려는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것은 이 같은 구조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비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교육계 원로의 한 사람은 '초등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전문직 시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개선대책이 나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문직 1차 시험을 일률적인 시험이 아닌 교원 재직 시 인성과 근무 성적, 평소 동료 교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잣대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 정보 유출 차단을 위해 전문직 시험 출제위원 가운데 외부인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고 설켜,'형님ㆍ아우' 하는 교직 사회에서 선후배를 총동원, 예상 문제를 뽑아내는 이른바 '장학사 컨설팅'이 성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대학 등 관계 당국에 위탁해서 전문적인 문제은행을 통해 공정성을 갖춘 시험으로 대행하도록 하는 것도 한 대책이다.
장기적으로는 법조계의 노스쿨처럼 교육전문직에 대한 전문가 양성과정을 만드는 등 교육전문대학원에서 장학사선발을 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교과부와 충남도교육청이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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