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 훔쳤다는 이유로 19년 옥살이를 한 비운의 사나이. 그 후 인생의 굴곡과 인고의 세월을 견딘 후 결국 코제트의 남편 마리우스가 임종의 자리에서 그에게 한 말 - 당신은 성자라는 말 속에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마 빅토르 위고도 그의 소설의 주인공인 장발장에게 달리 어떠한 칭호를 붙일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장발장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관점에서 보게 만드는 기묘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장발장이 은촛대사건으로 인해 기독교적인 회심을 겪고 사랑과 관용으로의 그의 삶이 변화해 가는 모습에 초점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 당시 시대의 소외된 사람들의 절망과 좌절과 그 속에서의 장발장의 모습, 또한 이러한 절망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혁명의 모습에 초점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발장 이야기의 전체에 긴장감을 주고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가석방'을 둘러싼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악연인데 여기에서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해 보자.
19년의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된 장발장이 사회에 들어오면서 만나게 된 첫 번째 악연인 자베르 경감. 그는 법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였고 법에 의하여 세상은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은 바로 법은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라는 점일 것이다. 먼저 이러한 진지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토록 장발장을 평생 괴롭히며 절망적인 상황으로 이끌어 갔던 가석방제도란 무엇일까? 원래 가석방이란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은 자들이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때 조건부로 석방하고 보통 잔여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해 주는 제도다. 불필요한 형집행기간을 단축해 수형자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석방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한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무기는 10년, 유기는 형기의 3분의1을 경과한 후 수형성적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며 벌금 또는 과료의 병과가 있을 때 그 금액을 완납할 것 등의 요건이 구비되면,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청구에 의해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석방 중 또 죄를 범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가석방처분의 효력을 잃는다. 다만 과실로 인한 죄로 형을 선고받았을 때는 예외를 인정하여 준다. 그런데 가석방처분을 받은 자가 '감시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때에는 가석방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장발장이 이러한 '감시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면서 장발장의 이야기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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