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병원은 최근 세종시의 서울대병원 응급진료센터 유치 추진을 놓고 시와 갈등을 빚었다.
시가 지난해 10월부터 공들여 온 국회 예산반영 노력이 충남대 측의 조직적 반대로 무산됐다는 불만을 터트리면서 수면 위로 부각됐다. 이 같은 정황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충대병원 측은 '오해'라는 입장과 함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진정성을 어필하는 한편, 지난 10일 병원장과 교직원 등 2004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들이 세종 충남대병원 설립에 적극 참여한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오는 16일에는 유성리베라호텔에서 직원 및 유관기관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종충남대병원 설립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 예정이다.
앞서 충남대병원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당진시 진출을 포기해 충남도민의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세종시 진출을 택한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역 거점병원의 위상을 재확인하면서, 명품 세종시 건설 취지에 부합하는 내실있는 병원건립에 전 구성원의 의지를 보여준 점에서 긍정적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가장 긴밀한 협력 파트너인 시와 교감없이 진행되면서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하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해당 지자체가 외면하는 반쪽짜리 병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남대병원의 독자행보가 계속되면서, 시 내부적으로는 의료행위 신고 또는 허가 권한을 활용해 '3월 진출'을 원천 봉쇄해야한다는 강경론마저 나오고 있다.
인근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하는 30병상 이상 병원급과 달리, 응급진료센터는 신고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허가보다 다소 유연한 신고제라 하더라도, 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여건은 달라질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했다.
또 서울대병원 세종시 유치추진위원회는 14일 관내 주요 기관ㆍ단체 관계자와 함께 후속 대책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충남대병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행복청과 LH도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16일 충남대병원 측 발대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측은 남은 기간 더 낮은 자세로 시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0일 시를 방문, 시장 및 부시장 비서실을 통해 발대식 초청장을 건넸지만, 참석 여부는 미지수다.
양준영 세종충대병원 추진단장은 “지난 주말까지 응급진료센터 구상안을 어느 정도 끝마친 상태”라며 “발대식 전까지 총장님과 원장님을 중심으로 더 낮은 자세로 시장님을 만나뵙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과 중앙 공무원이 원하는 서울대병원 추진에 대해 충남대병원이 더이상 가로막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며 “이를 전제로 충남대가 내실있는 병원건립 의지를 보인다면 막을 이유도 없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