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시험 비리 의혹은 갈수록 커져가는데 마땅한 대책 없이 경찰의 수사만을 지켜보는 딱한 형국이다. 경찰은 조직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수뇌부의 인식 '빈축'=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유감의 뜻을 직접 전달하지 않은 채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밝고 투명한 교직문화 조성에 힘쓰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승융배 부교육감이 지난 10일 특별 담화를 통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함에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비리 당사자는 물론 관련 업무의 담당자와 책임자까지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되뇌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당초 교육감이 할 것으로 예고 됐으나, 갑자기 부교육감으로 담화 발표자가 바뀐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교육행정의 핵심 역할을 하는 장학사 비리가 터져 나왔는데 교육 수장이 전면에 나서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교육청의 대책도 언론이 제시한 내용을 재탕한 수준이어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사건의 10% 밖에 아직 수사하지 못했다고 밝힐 정도로 비리 의혹이 산더미 처럼 불거지고 있는 판에 충남교육청은 경찰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딱한 모양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경찰 사건 송치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 또 다른 의혹의 실체를 벗길 태세다. 경찰 사건은 통상 형사부가 지휘해온 점을 봤을 때, 장학사 시험 비리를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이다.
▲자체 감사 기능 부실 의혹=충남교육청도 지난해 10~11월 께 이 사건을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교육청은 당시 여러 채널을 통해 사건 경위를 살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출제 담당 장학사의 컴퓨터를 압수해 가는 등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구속된 장학사가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갔던 점 등 의혹을 살만한 내용도 있었는데 그냥 넘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방형 직위로 감사 전문가를 영입해 놓고도 의심 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장학사 구속 사태 이후에도 교육청은 이 문제를 개인 비리 내지 우발적 범죄로 보는 안일한 자세를 보였다. 교육청 한 중견 간부는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충남교육 자체가 커다란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교육청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자체 감사를 하기에 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제식구 감싸기' 내지 '수사 물타기'라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사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의 한 직원은 “내포 이사로 업무를 챙기기도 벅찬 상황에서 터진 초강력 시험 비리 의혹에 직원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며 “이른 시일내에 수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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