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 병원장 |
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내가 없으면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가끔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빠지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인생을 다 알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너무 일찍 좌절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소중함을 강조해주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느끼는 일이지만 강연 시작 단계에서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뒤쪽에 앉은 3분의 1 가량의 학생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말을 시작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례는 옛날 얘기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30억년 전에 출현했다는 것은 너무 먼 얘기라 치자. 전생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의 출현 시기가 200만년 전이라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까마득한 일이다.
그렇지만, 8만년 전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 인류의 조상이 100여 명의 식솔을 이끌고 아프리카를 떠나 전세계로 퍼졌다는 사실은 그리 오래전 얘기도 아니고 신화나 전설도 아니다.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검사해서 얻은 과학적인 데이터에서 나온 결론이다.
한 세대를 30년이라 친다면 8만년은 2500세대가 조금 넘는다. 집안 족보에 나오는 30대조(祖), 50대조 조상이 아니라 2500여 세대를 거치는 동안에 여러분의 조상 중 한 분이라도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돌아가시거나 전쟁에 희생되거나 곰이나 호랑이에게 물렸거나 가뭄과 홍수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은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희박한 확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여러분은 대단히 귀한 존재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생겨난 상황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종족보전이 가능한 생명현상이 가능하려면 DNA가 있어야 하는데, 이 DNA가 만들어지려면 원시생물일지라도 적어도 수천, 수만 개의 아미노산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해서 결합을 해야 한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생명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과학자들은 대탄생(Big birth)이라고 부른다. 원숭이만 우리 인류와 같은 조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나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그리고 우리가 일용하는 소, 돼지들까지도 수천만-수십억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와 한 조상의 자손이라는 의미다.
지나간 임진년은 반목과 갈등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이 갈등은 계층 간, 세대 간 패를 갈랐다. 부모 자식 간에도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면 지옥같은 세상이 극락으로 바뀔 것 같은 환상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했다.
동물들까지도 하나의 조상을 가진 판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싸운다는 것은 형제 자매가 싸우는 것과 같다. 생물학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가족처럼 우애 있게 살아야 하겠지만,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끼리도 반목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밥 먹을 일'이 걱정스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더욱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한 식구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런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사이좋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고 그분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48%의 국민도 감싸 안는 모습의 대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계사년 새해에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반목과 갈등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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