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구 큐레이터 |
대전이라는 도시가 생겨나면서 지금의 '원도심'은 행정과 경제를 비롯한 모든 활동의 중심이었다. 문화예술을 보아도, 대흥동과 그 인근 지역은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 있고, 따라서 예술인들이 모여 그들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규모의 팽창으로, 특히 지난 세기 말 이후, 주요 기능들이 새롭게 개발된 지역으로 분산된 것 또한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일환으로 대전에서도 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시설이라 할 미술관과 예술의 전당이 둔산 지역에 건립되었다. 아울러 '원도심 공동화' 문제가 부각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러한 원도심 문제의 해결이 시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을 무렵, 대흥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을 부분적으로나마 채운 것은 문화예술인과 그들의 공간이었다. 대흥동이 가진 역사적 의미도 물론 큰 역할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지 못한 그들이 활동을 위해 택할 수 있었던 곳은 신개발지역보다 임대료와 물가가 싼 원도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남아 있던 문화예술 공간과 더불어, 새로이 유입된 이들로 하여 대흥동 인근은 새삼 대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사실, 대흥동 골목 일부는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되어 있었다. 몇 군데 그를 알리는, 예술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푯말도 서있고, 노면정비가 빈번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공원과 야외공연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대흥동 인근이 대전의 문화예술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이자 역사로 만들고자 했던 것은, 바로 문화예술인 개개의 본연적인 활동, 나아가 그곳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자생적이어서 조직적이거나 영향력을 크게 가질 수 없었던, 이러저러한 활동들이었다.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를 보면 행정기관의 원도심 활성화 방식은 상권 활성화에 방점이 있는 듯하다. 문화예술은 그 보조수단에 불과해 보이는 것이다. 상권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문화예술을 보조수단으로 보는 관점은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젠가 용도폐기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서울 인사동을 보자. 잡다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식당이 점령한 그곳은, 호기심에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풍물거리는 되었을망정 미술의 거리라는 옛 명성은 거의 잃고 말았다. 미술인들조차 그곳을 찾지 않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한 핵심으로서의 역할과 자부심은 잃고 말았다.
대전에도 신개발지역에 화랑이 생겨나는 등 문화예술 공간의 확산은 눈에 띈다. 하지만 서울 강남 같은 전문적인 상업화랑 지역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소위 규모의 경제라는 면에서 그러하다. 그렇기에 기왕에 대전의 역사와 함께 해온 그곳을 살리는 것이, 요즘들 흔히 입에 올리는 문화예술도시의 면모도 세우고, 길게는 대전문화예술의 전통과 색채를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좌담에 참여했던 대전 원도심 문화예술인들이 가진 생각은 그리 낙관적이진 못했다. 조만간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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