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이 10일 오전 전국적으로 20분간 실시된 가운데 대전시청에서 소방대원들이 엘리베이터 인명 구출훈련을 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
주변의 한 공기업에서는 자체 방송을 틀어놓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소등하는 등 분주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외부로부터 들리긴 했지만 이 민간기업 김모(39) 과장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김 과장은 “피크 타임도 아닌 시각에 국민적인 공감대를 조성하지도 못하는 훈련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훈련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누가 동참하겠냐”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중구의 한 주택에 거주하는 오모(60)씨는 정전 대비 대응훈련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단칸방에 살고 있는 오씨의 경우 창문이 크지 않아 방 내부가 낮에도 어둡기 때문에 항상 불을 켜놔야 할 뿐더러 기름값이 비싸 전기장판에 난방을 의지해야 한다. 그는 이번 훈련의 필요성을 느낄 수가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오씨는 “서로 공감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이런 식으로 해서 에너지가 절감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반면, 정부대전청사, 대전시, 대전시교육청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는 오전 10시 싸이렌 소리에 맞춰 일제히 소등을 실시하며 정전 대비 대응훈련에 동참했다. 엘리베이터도 멈춰섰다.
경찰 역시 일부 교차로에서 실제 소등에 나서며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나 주택에서는 이번 훈련에 대한 반응이 차가웠다. 이번 훈련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자율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참여율이 기대보다 낮았다는 평가다.
대덕산업단지 한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같은 민심은 모르고 절전 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전력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전력수급 위기를 1월 중순부터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자발적인 절전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며 “지난해 6월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된 정전 훈련에서 원자력발전소 8기가 1시간에 생산하는 규모인 773만kW의 전력소비가 감소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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