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전문직 시험지 유출사건이 교육계에 회오리를 몰고 온 가운데 충남교육청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행태를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충남교육 수장인 김종성 교육감이 전면에 나서 수습하지 않은데다가 시험제도 개선책도 '언 발에 오줌누기'식 발표에 그쳐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승융배 충남 부교육감은 10일 오후 2시 도교육청에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승 부교육감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고 도민과 교육가족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비리 당사자는 물론 관련 업무 담당자와 책임자까지 엄중 문책하겠다”고 일벌백계 방침을 밝혔다.
승 부교육감은 본보가 제기한 전문직 시험제도의 개선과 관련 “출제위원을 가급적 외부인사로 대체하고 시험 관리에 경찰협조를 받는 등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남교육청의 이날 담화문 발표는 지역 교육 당국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도민에게 사죄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번 사건의 지휘 감독 기관으로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세에는 크게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충남교육 수장인 김종성 교육감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담화문은 승 부교육감이 발표했고 담화문 발표자의 이름도 부교육감이었다. 김종성 교육감은 담화문 발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김 교육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충남 모든 교육공동체에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충남교육을 강도 높게 변화시키겠다”고 짧은 입장표명만을 했을 뿐이다.
전문직 시험 개선책도 언론에서 제기한 부분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며 알맹이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본보 8일자 1면 '교육청 전문직시험 대수술 시급' 기사에 보도한 외부인사 확대 및 보안 강화 필요성만 재포장해서 밝혔을 뿐이다. 시험 문제 출제과정에서 보안 유지를 위해 경찰의 협조를 받는 사안도 일방적인 교육청의 생각일 뿐 아직 경찰과 협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도 빠져 있어 자칫 대책의 실효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승 부교육감은 “담화문 발표를 교육감이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경찰 수사 초기 단계고 지금까지 진행된 부분도 언론에 보도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교육감이 하기로 했으며 추후 적절한 시점에 교육감이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험제도 개선대책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여론수렴 물론 내부적으로 좀 더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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