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종합병원 유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중ㆍ장기적 관점의 의료기관 유치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논의 수준이 서울대병원 유치냐, 충남대병원 유치냐는 단순 논리에 머무는 한편 시와 충남대간 감정싸움으로 비춰지면서, 의료수혜자인 시민들에게 피해가 확산되고 명품도시에 걸맞은 의료기관 유치가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양 기관간 감정싸움이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경우, 충남대가 진출의사를 철회하거나 시가 충남대의 의료행위 인허가에 제동을 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있다는 점도 한 몫했다. ▶관련기사 7면
세종시와 행복청, 총리실 등 관계 기관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일단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충남대병원의 선착에는 동의하는 모양새다. 다만 충남대 제2병원이 각고의 노력과 함께 세종시와 공주, 대전 유성 노은ㆍ반석을 관할하는 중심 의료기관으로 거듭나야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의료진 및 시설 확보 등 뚜렷한 비전없이 단순히 한 몫 챙기겠다는 심산이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비전없이는 정부를 넘어 대전시와 충남도, 세종시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없을 뿐더러, 결국 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유출을 고착화시키고 외면받는 의료기관에 머물 수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단기적 관점에서 서울대를 유치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지방대 성장과 병원 내실화를 조건으로 지방대 부속 병원을 우선 유치하고,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게 맞다”며 “별다른 의료기관이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대전 등 인근 병원들과 일상적인 의료서비스 통합체계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대전 소재 A대학 모 교수는 “세종시민들은 의료 내실화와 질높은 서비스 관점에서 당연히 수도권 병원을 원할 거다. 이는 정주여건 향상과 중앙 공무원 가족의 조기 안착, 수도권 인구분산 극대화 효과로 이어질 수있을 것”이라며 “세종시가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하는데, 당장의 서울대 유치는 불가능하다. 충남대가 내실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있게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의료수요 충족을 넘어, 2030년 완성기까지 특화된 의료서비스 구축을 위한 중ㆍ장기적 밑그림을 그려야할 때라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36개 중앙 행정기관 및 16개 국책연구기관 이전이 완료되는 2015년 이후 자족성 확보 대책이 전무한 현 상황을 고려한 주장이다.
장기적 밑그림 속에서 여러 병원의 특화 항목을 융복합한 컨소시엄 병원과 서울대병원 유치 등을 고려할 수있고, 과학벨트 연구기능이 결합된 의료특화 단지 마스터플랜도 짜야한다고 보고 있다.
조명래 교수는 “예정지역 6개 특화지구 중 동북 쪽에 의료복지지구가 있다. 이곳에 대한 종합적 그림없이 종합병원만 유치하는 단순 접근은 지양해야한다”며 “시와 행복청 모두 중장기적 고민이 너무 약하다. 또 기관별 유치전략으로 가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도 못낸다. 새정권과 총리실 산하 지원위원회를 적절히 활용해야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A대학 교수는 “신촌세브란스의 제2병원인 강남세브란스가 특화 진료로 1병원과 차별성을 기한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충남대든 서울대든 제2병원이 온다면, 이 같은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있어야한다. 세종시와 인근 지역이 서울 강남 이남의 수도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끝>
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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