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를 출입하는 사람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가려내려면 50만 화소 이상은 돼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 설치된 대부분의 CCTV는 그에 못 미친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시내 초ㆍ중ㆍ고와 특수학교 297곳에 3880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이중 50만 화소급은 145대에 불과하다. 10대 중 4대도 채 되지 않는다. 715개 학교에 7159대를 운영하는 충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종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학교 CCTV다. 2010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어린이가 납치된 '김수철 사건' 이후 전국 학교에 CCTV는 크게 늘었다. 이번 교과서 도난사건도 이들 CCTV가 학생안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학교 CCTV의 저화질 문제는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40만 화소에 못 미치는 2만2000여대를 2015년까지 50만 화소 이상 제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 작업을 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전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직폭력배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는 등 2009년 이후 외부인에 의한 학교 침입 사고가 119건에 이른다. 예산이 문제가 되겠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교문만큼은 100만 화소급 고화질 CCTV로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 엉뚱한 곳에 설치됐거나 장애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좋은 CCTV를 설치하더라도 학교가 학생 안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도 철저한 학교 안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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