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고교 교과서 도난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해당 학교 재학생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학교 측은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9일 고교 교과서 도난사건 용의자인 A(18) 양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학생들이 훔친 교과서를 불법취득한 고물상업자 B(55)씨도 업무상 과실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예정이다.
▲고교 교과서 도난사건 일단락=학생 2명은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3시 30분께 서구 관저동의 한 고교에서 2학년 학생들의 교과서 627권 등을 훔쳐 고물상에 판매한 혐의다. 학생들은 용돈마련을 위해 훔친 교과서를 6만원에 고물상에 넘겼다. 고물상에 수거된 교과서 등은 파쇄돼 폐지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 결과, A양은 졸업하는 3학년 학생들의 헌책을 수거할 계획이었으나, 순간적 욕심에 2학년생들의 새 교과서까지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114를 통해 중구 태평동 소재의 한 고물상에 연락했고, 고물상은 교과서를 실은 트럭을 몰고 학내로 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이 단순하게 당초 계획대로 헌책만 가져갔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2학년 학생들의 새책까지 가져가 문제가 커졌다”고 밝혔다.
▲학교 관리감독 책임 커=교과서도난사건 용의자가 검거되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학교 측의 초기대응부실 등 허점은 그대로 노출됐다. 학생들의 교과서가 무더기로 없어졌는데, 사건을 수습하기보다는 사건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교육청도 관리감독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헌책을 가져가려다 순간적 욕심에 새책까지 훔친 것으로 드러나며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학교측은 사건이 발생한 뒤 보름넘게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사건 초기부터 사건축소 의혹, 부실대응, 학생들에게 추가 구매비용 요구 등 오히려 논란을 키운 셈이다.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하는 등 뒷북대책으로 학부모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피해는 재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며칠 동안 교과서, 참고서 없이 수업을 진행했다.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은 갑자기 사라진 교과서에 발만 동동 굴렀다.
교육청 관계자는 “언론 취재가 시작된 후 교육청도 사건보고를 받았다”며 “사립학교 징계 여부는 직접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절도사건보다는 학교의 사건처리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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