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교생들이 헌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고물상에 팔아 유흥비를 마련하는 세태가 만연하고 있다.
헌 교과서 등의 처리 방식이 학교별로 천차만별이고, 교육 당국도 관련 지침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해마다 엄청난 양의 교과서가 헐값에 버려지는 것이다.
9일 본보가 조사한 대전 15개 고교 중 8곳 이상이 학생들에게 헌 교과서 처리를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연말이나 연초에 학년 진급 등에 따른 헌 교과서 등을 모아 고물상에 매각해 용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헌책을 모아 민간업체에 팔아 마련한 돈을 학교운영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이곳조차도 일부 학생은 고물상에 매각하며 유흥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고물상에 매각한 교과서 등은 ㎏당 80~100원 수준이지만, 수능 이후나 학년 진급 시 한 학급당 쏟아지는 양을 감안하면 수십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부 학교는 지난해 정신교육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과서 등을 고물상에 매각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
교과서 등은 학생이 직접 돈을 주고 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판매 등 교과서를 처리하는데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학교 관계자는 “헌책 처리 방법은 학생에게 맡긴다. 학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후배들에게 교과서를 재사용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오명성 둔산여고 교장은 “쓸모없어진 교과서 등을 후배들에게 물려줘 선ㆍ후배 간 정도 쌓고 공부 잘하는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며 “금전적으로도 참고서 등 구매의 절약 효과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이 물건에 대한 개념과 소중함을 모른다”며 “손때가 묻은 책을 팔아 푼돈을 마련하기보다는 공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한탄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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