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불필(不必)스님은 1937년 성철스님의 딸로 태어났다. 천진무구한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갑작스럽게 언니의 죽음을 맞았다. 이후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아버지 성철스님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의 길에 대한 말씀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다. 1957년 가지산 호랑이라 불리던 인홍스님을 은사로 석남사에서 출가하여,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했다. 출가 이후 자유로운 운수납자(雲水衲子)로 해인사 청량사, 태백산 홍제사, 문경 대승사 윤필암, 묘적암, 해인사 국일암, 지리산 도솔암, 대원사, 오대산 지장암 등 제방선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1993년 성철스님께서 열반하신 후 지금까지 석남사 심검당에서 수행 정진하고 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 문명 속에서 치열하게 돈을 버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척박한 일상 속에서 올바른 종교 생활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필자는 치열한 종교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 종교에서 훌륭한 성직자들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살고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김수환 추기경이나 성철 스님 같은 분들은 종교를 초월하여 우리의 삶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신 분들이다. 그 중에서 오늘은 성철 스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은 유한하다. 하지만 종교적으로나 자신의 사상적으로 성취를 하신 분들의 메시지는 영원히 남는다. 하루하루를 치열한 돈벌기에 급급해 사는 것은 인생을 유한하게 하지만,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인생을 살찌운다면 유한했던 인생은 점점 무한한 쪽으로 확장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에 걸친 수행으로 성취를 하신 분들만큼 자신의 정신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분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에 커다란 가치를 선물에 주지 않을까 싶다.
성철스님은 생전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씀을 남겼다. 언뜻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삶을 너무 복합적이고 주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신이 조금 학식이나 경륜이 있다고 하여 자만심을 가지고 세상을 자기 잣대로 재단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깨달음의 수준이 절정에 이르면 만물을 보는 데에 혼돈이 사라지고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지혜를 갖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은 단순히 불교의 교리를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성철 스님의 속세의 인연, 실제 혈육인 불필 스님의 회고록이다. 만약 내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랐는데 아버지가 곁에 있지 않고 출가하여 수행의 길을 가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솔직히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함을 원망했을 것 같다.
하지만 불필 스님은 아버지에 이어 출가를 하여 수행의 길로 들어가셨다. 실제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고 스승으로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서 수행해왔던 일화들이 이 책에 쓰여있다. 저자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성철 스님의 가족사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선지식들의 수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의 길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성철스님이 일깨워준 지혜를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를 인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한 메시지를 전한다. 불필스님의 말씀처럼 오늘 하루 나 자신을 바로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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