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수 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UST교수 |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2.6%로 2010년 27%에서 약 5%포인트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1990년 43.1%에서 2011년 22.6%까지 지속적으로 하락, 매년 1%포인트씩 곡물자급률이 떨어진 셈이다. 곡물자급률이 뚝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우리의 식생활 패턴이 식물성 단백질에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로 바뀐 것이다. 소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입하는 곡물을 7㎏이상 먹여야 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사료용 곡물이 각각 4㎏과 3㎏이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산업화로 인한 농경지 훼손이다.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227배에 해당하는 19만㏊의 농경지가 산업단지, 주택단지, 도로 건설 등으로 사라졌다. 매년 약 2만 ㏊의 옥토가 콘크리트로 덮여졌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4개 국가 가운데 일본과 함께 최하위 수준이다. 일본은 해외 농업투자를 통하여 자국 농경지면적의 3배 수준인 1200만㏊를 확보, 일본 종합상사는 해외 곡물생산업체와 계약재배 등을 통해 정상적인 수입망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음식쓰레기를 거의 만들지 않고 모든 것을 아까워하는 '못따이나이(もったいない)'문화가 기본이다. 중국은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기소비량이 늘어 사료용 곡물의 수입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1인당 음식쓰레기 발생량은 우리에 비해 매우 낮다. 중국은 손님을 후하게 접대하고 남은 음식의 대부분은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가는 '따바오(打包)' 문화가 정착돼 있다. 우리 국민 1인당 음식쓰레기 발생량은 세계에서 단연 가장 높다. 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생명체를 홀대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 음식쓰레기 제로화를 위한 우리의 식생활문화 개선이 절실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식량자급률 목표 및 추진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 2011년 7월 농림수산식품부는 높아지는 식량안보 우려에 대비해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자급률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곡물 비율을 뜻하는 곡물자급률 뿐 만 아니라 해외 생산ㆍ도입분까지 고려한 '곡물자주율'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곡물자주율'은 정부나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곡물생산에 직접 참가하거나 도입계약을 맺어 비상시에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2011년 27.1%에 불과한 곡물자주율을 2015년 55%, 2020년에는 6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체 곡물자급률도 2006년에 세웠던 2015년 목표치 25%에서 30%로 높이고 2020년 목표도 32%로 신설했다. 늦게나마 정부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계별 식량안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식량안보 대응방안을 제시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없어 오히려 곡물자급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21세기 보릿고개를 걱정할 지경이다. 자급률 하락은 쉬워도 1% 올리는 것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선 국내 농경지 확보와 효율적 관리가 중요하다. 더불어 첨단농업기술을 이용한 글로벌농업이 대안이다. 외국에서 좋은 농지를 확보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건조(사막화)지역, 중금속 오염지역, 염분이 많은 지역 등 농사짓기 힘든 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수준급인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글로벌 척박한 땅에 잘 자라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명공학 신품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외 농업기지 건설에 적극 참여가 필요하며 음식물 낭비문화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토론장에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농업은 단순한 시장논리와 경제적 가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생명산업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140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차기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정권에 흔들리지 않은 구속력 있고 현실성 있는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식량무기화에 휘둘리지 않고 밥상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가칭)식량안보법'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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