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묵향이야기]양약고구(良藥苦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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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묵향이야기]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약은 입에 쓰다

  • 승인 2013-01-09 13:57
  • 신문게재 2013-01-10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사기(史記)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오는 말이다. 진(秦)의 시황제가 죽자 진나라는 흔들리기 시작 하였다. 그간 학정에 시달려온 민중이 각자에게 진나라 타도의 기치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 2세 황제 원년(元年)에 군사를 일으킨 유방(劉邦: 훗날의 한 고조)은 역전(歷戰) 3년 만에 경쟁자인 항우(項羽)보다 한 걸음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유방은 진의 황제 자연에게 항복을 받고 들어갔다. 호화찬란한 궁중에는 온갖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꽃보다 아름다운 궁녀들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자 강직한 용장 번쾌가 간하였다.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나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오니 지체 없이 왕궁을 물러나 적당한 곳에 진을 치도록 하시오소서.” 그래도 유방이 듣지 않자 이번에는 현명하기로 이름난 참모 장량(張良)이 간 했다.

“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폭정을 해서 천하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전하가 이처럼 왕궁에 들어오실 수가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 잔적(殘敵)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입정하시자마자 재보와 미색(美色)에 현혹되어 포악한 진왕(秦王)의 음락(淫)을 배우려 하신다면 악왕(惡王)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면 장차 역사에 악명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충언역어이이리어행:忠言逆於耳而利於行), 독약(양약:良藥)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독약고어구이리어병:毒藥苦於口而利於病)'고 하였나이다. 부디 번쾌의 진언을 가납(嘉納) 하시오소.” 이 같은 진언을 들은 유방은 불현듯 깨닫게 되어 왕궁을 물러나 패상(覇上)에 진을 쳤다.

유방은 간언하는 충성스런 신하가 있었기 때문에 번창하였고, 하나라 걸왕과 은나라의 주왕은 아첨하는 신하들만 있었기 때문에 멸망했다.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형이 잘못하면 동생이, 자신이 잘못하면 친구가 간언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라가 위태롭거나 멸망하는 일이 없으며, 집안에 덕을 거스르는 악행이 없으며, 친구간의 사귐도 끊임이 없을 것이다.” 좋은 충고는 귀에 거슬리지만 행함에 있어 이롭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의 글귀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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