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취득세 감면조치에 지역 미분양 시장은 잠시 활기를 띠었다. 감면조치가 적용된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대전시의 미분양 주택은 1596세대에서 1475세대로 줄었다. 감면혜택이 종료된 데다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를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수요자들이 거래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시장 혼란을 부추긴 꼴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현직 경제부처 수장들도 서민생활 안정과 서민경제 살리기를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일자리창출은 당연히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다. 하지만 달랑 집 한 채가 전체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빼고 민생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국내 전체 가계부채 1066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부동산 대출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10명 중 1명은 집을 경매에 넘겨도 빚을 갚기 어려운 ‘깡통주택’ 신세다. 고위험 하우스푸어만 해도 23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소득이 줄어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이 먼저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 경제의 뇌관인 셈이다. 하우스푸어의 몰락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돼야 부동산중개업소와 이삿짐센터, 도배·장판, 인테리어 업체 등 영세 자영업자도 살 수 있다. 부동산거래 활성화는 주택담보대출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가계에 숨통을 트이게 하면서 서민경제 전반에 걸쳐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국회는 취득세 감면 연장 등 주택거래 활성화 관련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활기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부채질을 해야 살려낼 수 있다. 지방세수 감소 문제는 따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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