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이 로비력이 있어 서울대 병원의 세종시 입주를 막을 정도라면, 아직까지 제2병원 설립을 못했겠습니까?”
최근 세종시가 정기국회에서 서울대 응급의료센터를 유치하겠다며 예산 40억원 반영을 요구했다가 무산된 원인으로 충남대병원의 조직적 반대를 꼽고 나선데 대해 병원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도 그럴것이 충남대병원이 전국의 10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하위권으로 제2병원 설립 추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전남대병원을 비롯한 경북대병원, 경상대병원 등 권역별 국립대 병원들이 모두 제2병원을 건립했고, 충남대병원이 소위 말하는 제2병원 건립 '막차'를 탄 상황이었다.
충남대병원은 2011년 당진 송악지역에 제2병원을 설립하겠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에 나섰지만, 송악지역 개발이 늦춰지면서 세종시로 설립 위치를 변경했다.
지난해 충남대와 충남대병원은 행복도시건설청, LH와 협의 이후 세종시에 제2병원 진출을 모색하고 정부에 타당성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는 이달 말이면 나온다.
충남대병원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제2병원 설립 추진이었지만, 세종시는 충남대병원이 서울대병원의 진출을 막았다며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대병원측은 국회에서 세종시에 서울대병원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설치 예산을 삭감한 가장 큰 이유는 '권역별 국립대병원 설치 원칙'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역별 국립대학교 병원은 말그대로 정부에서 권역별로 의료를 담당하라며 정부 예산을 나눠 집행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경북지역을, 전북대병원을 전북지역, 충남대병원을 충남지역의 공립 의료를 책임지라는 의미다.
때문에 지금까지 부산대병원이 수도권 진출을 한 사례가 없고, 서울대병원도 경기 이남권을 진출한 사례가 없다.
자칫 서울대병원이 세종시에 진출할 경우 지금까지의 권역별 국립대병원의 원칙을 흔들 수 있고, 시장이 흔들릴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지금껏 사례가 없다고 하지만 '정치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설치에 대해서도 지역 의료계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시선이다.
각 종합병원들마다 응급의료센터는 말그대로 의료공백 시간에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근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본병원이 설치돼야 한다.
응급의료센터만 들어선다는 것은 서울대병원 본원이나 분당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기 위한 창구 역할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정부에서 수도권 집중에 따른 후유증을 막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권역별국립대병원에 수도권과 같은 시설 구비를 위한 예산으로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세종시 설립을 위해 충청권의 힘을 모아줬는데, 이제와서 지역의료계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서울대병원 설치에 대해서 충남대병원 뿐만 아니라 지역병원들의 시각이 곱지 못하다.
지방분권이라는 큰 취지에서 설치된 세종시가 자칫 지방을 흔들 수 있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 송시헌 병원장은 “세종시의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당장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을 해야하는데 세종시민들의 오해로 걱정이 앞선다”며 “병원측이 방해를 했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충남대병원의 제2병원 설립 추진에 나섰을 뿐이며 세종시가 오해살만한 로비를 하거나 방해공작을 펼친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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