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곳곳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MB정부의 수정안 논란으로 잃어버린 10개월이 현실 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993년 과천청사와 1998년 대전청사 개청 초기 허허벌판에 청사만 덩그러니 자리잡은 모습이 재현되는 한편, 신도시 초기 통과의례가 된 '불꺼진 도시' 오명을 쓰고 있었다.
매일 아침 2000여명에 달하는 중앙 공무원이 통근버스 또는 열차를 통해 수도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가 하면,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의 세종청사 근무일도 기존 업무시스템 관행상 주당 하루를 채우기조차 힘들다. 초기설계 당시 열린 청사를 지향하던 세종청사는 지난해 무너진 중앙청사 보안 여파 탓인지, 민원인 및 시민과 격리된 외딴섬으로 비춰졌다. 용무가 없을 시 출입 자체가 어렵고, 시민에게 개방한다던 3.5km 길이의 옥상 정원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점심식사 시간은 한마디로 밥그릇 전쟁을 연상케했다.
총1500여석 규모의 4곳 구내식당에는 낮12시 전부터 줄서기가 시작됐고, 일부 공무원들은 청사 한켠에 마련된 도시락 전용 식사공간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실외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서 외부로 나가는 이들도 많아졌는데, 막상 나가보면 갈 곳도 마땅치않다.
낮12시께 미리 예약한 첫마을 A식당에는 도저히 몰려드는 손님을 거절치 못해 다른 손님을 받아 들어가지 못했고, 소위 '맛집'에 속하지못한 주변 식당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대평동으로 자리를 옮겨봤지만 그곳 상황도 크게 다르지않았고, 12시35분이 돼서야 식사장소에 앉을 수 있었다.
주차난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북쪽 도로에는 양쪽 한 자선이 주차장으로 변화했고, 첫마을과 대평동 내 주차공간 찾기도 쉽지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인파는 저녁이 되면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고, 첫마을에 안착한 공무원들만 간혹 찾아온다는 게 식당 업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낮과 밤 사이 두 얼굴로 변모하는 세종시의 자화상이다.
세종시가 첫마을 6500여세대 입주 후 인구유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진풍경은 최소한 2014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6500여명 규모의 공무원이 올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입주가능한 아파트에 당첨된 상태기 때문이다. 홈플러스(1-5생활권)와 이마트(첫마을 2-3생활권 인근) 등 기본 생활 인프라 대부분도 내년 상반기에나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과 각종 인프라 시설 부재가 중앙 공무원의 조기 정착을 늦추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율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좋아지겠지만, 각종 시설물 완공 및 공급시기를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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