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그렇다고 필자는 여기서 결혼의 조건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혹시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만의 생각인가 하여 여러 자료들을 들춰 보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 2만41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52.5%가 '삶을 살아가면서 추구하고 싶은 것'을 돈이라고 답했다.
같은 달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밝힌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황'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용돈 마련(40.4%)'라고 했다. 돈에 대한 생각이 우리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고 씁쓸하였다. 지금 대한민국 초ㆍ중ㆍ고ㆍ대 학생들은 모두 돈에 매몰되어 있는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심부름 하나를 해도 심부름 값을 요구하고, 내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 청소를 하면 그에 대한 상점(賞點)이나 아이스크림 등의 대가를 요구한다. 그럼 우리 어른들은 어떠한가? 어른들 역시 매사에 돈, 돈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SNS를 뜨겁게 달궜던 '중산층 기준'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의 기준은, 빚 없이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월급이 500만원 이상이어야 하며, 자동차는 2000cc 이상을 소유해야 하고, 예금 잔액은 1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며, 해외여행을 매년 1회 이상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반해 영국의 옥스퍼드대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며, 페어플레이 할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 포함된다.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에서 정한 프랑스의 중산층의 기준은,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중산층의 범주에 들어간다.
돈과 물질에만 치중한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이 있고 겨울솜옷과 여름베옷이 각 두어 벌 있고, 서적 한 시렁과 거문고 한 벌이 있고,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 하며 살고자 했던 옛 선비들의 생활이 오히려 세계적인 기준과 견줄 수 있는 품위 있는 중산층의 표상이 아닌가 싶다. 탈무드의 이야기처럼 쓸 수 있는 돈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바르게 쓰는 법까지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 돈은 쓰기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돈 그 자체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돈은 인생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줄 뿐이다. 이제 돈을 정당하게 벌어서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 때이다. 그래서 돈만 아는 졸부로서의 삶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행복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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