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지우개', '작업의 정석', '외출', '클래식',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등 이전 출연작과 달리 구르고, 부딪히길 반복했다. 남녀간의 감정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재난에 닥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해냈다. 또 여러 명의 배우가 함께 만들어갔다. 여러모로 손예진에게 타워는 도전이었다.
손예진은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 쓰여져 있는 것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이 안 됐다”며 “이게 실제로 가능할지 궁금했다. 이게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또 그녀는 “분량이나 캐릭터는 사실 대단히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영화가 또 나올까란 생각이 들더라.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나중에 남을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영화를 본 뒤 기술력에 감탄했다. 실제 타워는 개봉 후 CG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손예진은 “개인적인 내 영화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CG가 많이 들어간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몇몇 장면에서 어색하기 마련인데 그걸 못느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배우들과 스태프의 무모한 도전(?)은 이를 뒷받침했다. 영화 속 불은 90% 가량 실제고, 물은 100% 진짜다. 배우들은 실제 불과 물을 대했던 것. 촬영 중 위험천만한 순간도 많았다. 손예진은 “어떤 배우든 상황이 닥치면 다 한다”면서도 “어찌보면 배우는 몸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사실 안전불감증이기도 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극 중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서 난간을 붙잡는 장면이 있다. 난간에 매달려 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내 허리에 와서 부딪히더라. 단순히 수압이 세서 그런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특수효과 팀장님이 떠내려와서 저한테 부딪힌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또 경구 선배는 불 끄는 장면 찍을 때 소방 호스를 놓치면 죽는다 생각하고 임했다고 하더라. 말 그대로 목숨 걸고 한거다.”
그간 몸 쓰는 것과 거리가 멀었던 손예진. 혹시라도 '액션'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액션에 대해 크게 생각도 없고, 육체적으로 힘든거 별로 안좋아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신기한게 그렇게 고생했는데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촬영장이 너무나도 즐거웠다는 것. 설경구는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소풍오는 것 같다”고 손예진의 모습을 표현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다 보니 현장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더욱 리얼한 장면이 만들어지더라. 같이 하는 작업이란 게 이런 맛이 있구나 싶더라. 또 이전까지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많았는데 그 무게를 덜고 싶었다. 어찌보면 묻어가는 거다.(웃음)”
30대의 손예진은 또 다시 멜로를 꿈꿨다. 그녀는 “20대 보여주지 못했던 사랑의 깊이를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멜로 영화할 때 생각해보면 가상으로 사랑했지만 진짜 한 것 같다. 끝나면 허무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즐겁다”고 말했다.
“'여명의 눈동자'처럼 전쟁 상황 속의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배우끼리 바라만 봐도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사랑 이야기에 로망이 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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