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살인적 추위

  • 오피니언
  • 청풍명월

[김숙자]살인적 추위

[직선곡선]김숙자 편집팀 차장

  • 승인 2013-01-07 14:09
  • 신문게재 2013-01-08 21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덥다 더워.”

더워도 너~무 더웠던 지난해 여름. 최악의 폭염은 온 나라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계속된 찜통 더위의 습격으로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닭과 오리 등 가축 수십만 마리가 열사병과 고온스트레스로 폐사했다. 사람도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였다. 일사병, 열사병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급증했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전국 수원지의 녹조현상이 확산되면서 식수원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고 전기사용량 급증에 정전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말 그대로 폭염과의 전쟁이었다.

“추워도 너~무 춥다.”

12월 문턱부터 영하 10℃를 오르내리며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록적인 한파로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작물 재배농가는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겨울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고, 어업인들은 양식어류의 대량 폐사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식탁물가도 초비상이다. 당근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비싸졌고, 배춧값은 4배가량 올랐다. 2010년 배추 파동 당시보다 더 오른 것이다.

한파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도 이어지고 있다.

3일 광주에서 홀로 거주하던 70대 할머니가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을 약하게 튼채 자다가 저 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평소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걱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 2일 서울에서는 지난해 겨울 단 한명도 없었던 노숙인 동사자가 발생해 박원순 시장이 직접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공중화장실서 발견당시 상의를 벗은 채 변기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 체온이 2℃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시작되고 33℃ 아래로 내려가면 동사한다. 저체온 현상이 심각해지면 뇌 기능이 손상돼 환각과 기억상실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동사자 상당수는 혼란에 빠져 옷을 벗어 던진 상태로 발견된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한파가 몇 번이나 더 올지 알 수 없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쪽방촌, 저소득층은 당장 올겨울 나기가 버겁다. 이번에 여야가 확정한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인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8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복지예산 100조원을 눈앞에 둔 나라에서 한파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빈번히 생기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돼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연탄 한 장이 아쉬운 때다.

김숙자ㆍ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