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자 편집팀 차장 |
더워도 너~무 더웠던 지난해 여름. 최악의 폭염은 온 나라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계속된 찜통 더위의 습격으로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닭과 오리 등 가축 수십만 마리가 열사병과 고온스트레스로 폐사했다. 사람도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였다. 일사병, 열사병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급증했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전국 수원지의 녹조현상이 확산되면서 식수원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고 전기사용량 급증에 정전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말 그대로 폭염과의 전쟁이었다.
“추워도 너~무 춥다.”
12월 문턱부터 영하 10℃를 오르내리며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록적인 한파로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작물 재배농가는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해 겨울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고, 어업인들은 양식어류의 대량 폐사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식탁물가도 초비상이다. 당근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비싸졌고, 배춧값은 4배가량 올랐다. 2010년 배추 파동 당시보다 더 오른 것이다.
한파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도 이어지고 있다.
3일 광주에서 홀로 거주하던 70대 할머니가 기름값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을 약하게 튼채 자다가 저 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평소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걱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 2일 서울에서는 지난해 겨울 단 한명도 없었던 노숙인 동사자가 발생해 박원순 시장이 직접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공중화장실서 발견당시 상의를 벗은 채 변기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 체온이 2℃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시작되고 33℃ 아래로 내려가면 동사한다. 저체온 현상이 심각해지면 뇌 기능이 손상돼 환각과 기억상실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동사자 상당수는 혼란에 빠져 옷을 벗어 던진 상태로 발견된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한파가 몇 번이나 더 올지 알 수 없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쪽방촌, 저소득층은 당장 올겨울 나기가 버겁다. 이번에 여야가 확정한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인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8000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복지예산 100조원을 눈앞에 둔 나라에서 한파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빈번히 생기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돼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연탄 한 장이 아쉬운 때다.
김숙자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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