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지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주택가격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당시 서울 수도권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응한 강력한 규제정책은 MB정부 들어 거의 모든 규제가 완화되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직접적인 규제완화는 물론이고 간접규제라고 하는 조세제도도 완화되었다.
이러한 대대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부동산침체는 물론이고, 2011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방과 광역시의 주택매매가격도 작년 들어 상승폭이 줄거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경기 침체는 세계경제와 국내 경기 침체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시각 등으로 주택거래가 위축되고,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되었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외적인 요인들은 사실 통제가 가능하거나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에 대한 대책일 것이다. 수도권지역 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특히 하우스푸어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상황으로, 많게는 150만 가구, 적게는 8만 가구로 제각기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립과 현황 파악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으로 지분매각제도 도입을 내세웠다. 집 소유자가 주택의 일부 지분을 공공기관에 팔고, 매각한 지분만큼 임대료를 내면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18조원이나 되는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공사채발행과 정부의 재정투입이 되어 결국 우리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주택 지분을 매입할 경우 매입주체의 책임범위와 손실보전의 발생이 생긴다면 이것 역시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의적인 채무를 유도하는 채무자의 도덕적해이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주택 구입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집 없는 서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야기 될 수 있다. 설령 난제가 해결된다 해도 하우스푸어의 호응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출 금리 차이로 내가 가지고 있는 소유권의 일부를 매각하고자 할까?
렌트푸어를 위한 대책으로 목돈 만드는 전세제도를 내세웠다. 집주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보증금에 해당되는 금액을 대출받고 이자를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집 주인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세를 놓는 주택은 이미 대출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추가 대출이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그것도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대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대출을 집행하는 금융권에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자의 자구책을 근거로 금융권별 자율적 대책을 유도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채무를 조정하거나 이자나 원금상환의 연장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거치상환방식을 원리금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출구조의 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큰 틀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금융권과 채무자의 조정역할을 담당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시행이 되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하우스푸어 문제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도 주거가 안정될 수 있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