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한없이 치솟은 가격에 채소류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생산자와 상인들은 냉해를 입어 수확량과 팔아야 할 물량이 줄어 막대한 손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시설채소 농가들은 난방비 부담에 수확을 포기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생산자=금산에서 상추와 깻잎 농사를 짓는 A(61)씨는 최근 한파 영향으로 냉해를 입어 수확량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와 폭우, 태풍까지 불어 닥쳐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이번 겨울에는 한파 피해를 입은 것이다. 농사일이 가뜩이나 힘에 부쳐 이제 농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처지다.
A씨는 “배운 것이라고는 농사밖에 없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더는 못하겠다”며 “옆집의 깻잎 농가도 막대한 피해를 입어 이익은 고사하고 빚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상인=중앙시장에서 40년 넘게 채소장사를 하는 B(여ㆍ65)씨는 올해처럼 힘든 겨울을 보내기는 처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것이 채소장사로 자식들 대학 공부에 결혼까지 시킨 베테랑 상인이지만 지속된 폭설과 한파에 두 손을 든 것이다.
장사를 하기 위해 받아 둔 물건이 한파 영향으로 얼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밀려 매출이 급감한 것도 B씨의 장사 의지를 서서히 꺾어 놓았다.
B씨는 “채소 가격이 올라 손님이 줄고, 팔 물건도 냉해로 버리는 게 태반”이라며 “요즘에는 장사를 할수록 손해만 본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서민들=20년차 주부 C(52)씨는 요즘 채소를 구입한지 오래됐다. 채소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장을 보러가서도 감히 손이 가질 않은 것이다. 예전 같으면 가격이 저렴한데다가 영양까지 챙길 수 있어 자주 식탁에 올렸던 채소들이지만 이제는 먼 얘기가 된 듯하다.
C씨는 “무, 배추, 양파, 시금치, 상추, 오이 등은 워낙 가격이 올라 여러 차례 고민하고 손에 잡았다 놓기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서민들은 채소도 쉽게 먹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최근 폭설과 한파가 계속되면서 농작물 피해로 직결됐고, 이는 공급량 감소로 이어져 채소 가격은 당분간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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