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교육의 공동선(共同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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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호]교육의 공동선(共同善)

[월요아침]김신호 대전교육감 김신호 대전교육감

  • 승인 2013-01-06 13:30
  • 신문게재 2013-01-07 20면
  • 김신호 대전교육감김신호 대전교육감
▲ 김신호 대전교육감
▲ 김신호 대전교육감
가르치는 즐거움이 넘쳐야 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적극적 가르침이 상처의 부메랑이 되어 교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교사가 학생들의 잘못을 꾸지람하는 것조차 망설여야 할 정도로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맹목적 사랑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심지어 대학교에 다니는 자식의 학점에 대한 이의 신청까지 부모가 하더라는 어느 대학교수의 말을 떠올려 보면, 요즘은 내 자식밖에 보이지 않는 편애의 시대다. 이렇다 보니 학교 교육에서 '더불어, 함께'라는 말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추수(秋水)'장의 한 구절이다.

어느 날 장자와 혜자가 냇물의 징검다리 위에서 노는데,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한가롭게 헤엄치는 걸 보니 물고기가 즐거운 모양이오.”

혜자가 말하기를, “당신은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그대는 내가 아닌데 어찌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가?”

이 이야기 속의 장자와 혜자가 주고받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자는 칸트(Kant)보다도 훨씬 전에 인간의 인식은 서로 다르며, 서로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영원히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길만 고집하며 살아야 하는가.

우리가 흔히 인식론에서 '진리'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당화된 참된 믿음'일 뿐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내용과 대상 그 자체가 정말 일치하는지 확인할 길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한계를 지닌 인간이 자신의 믿음에 깊이 함몰되어 타자의 생각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그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내가 철석같이 믿는 '진리'가 부재함에도, 부재의 진리를 받드는 자의 위태로움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서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함께'의 가치를 생각해볼 일이다.

SNS의 급격한 발달과 더불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공적(公的) 영역에서 추방당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의 추방이 사적 영역을 침해당하는 것보다도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스스로 개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교실붕괴, 왕따, 학교폭력 등 우리 모두의 일, 공동의 문제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각자의 맹목적 외길을 고집하고 있다.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주고, '더불어, 함께'의 가치를 심어주면 해결될 문제 앞에서 맹목적 자식 사랑에 눈멀어 교육의 공동선(共同善)을 그르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공동의 문제, 예를 들어 생태계 파괴, 윤리ㆍ도덕적 가치의 상실 등에 못지않게 '교육 붕괴'라는 공동의 문제가 심각한데도 우리는 각자의 '정당화된 참된 믿음'에 깊이 빠져 공동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의 주체는 우리 모두이다. 내 자식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서 벗어나 우리의 자식이 바르게 자라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공동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 교육이 바르게 서고, 학교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흔히 기쁨의 윤리학이라고 한다. 스피노자는 사람이 타자와 만나서 자신의 잠재성(virtuality), 코나투스(conatus)를 모두 드러낼 수 있을 때,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를 만났는데, 자신의 잠재성이 자꾸 위축된다면, 그때 사람들은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만남, 학생과 학생의 만남이 '기쁨의 윤리학'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개인적 이익을 버리고 공동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학교에 '기쁨의 윤리학'이 넘쳐나도록 우리 모두 자식에 대한 맹목적 사랑을 버리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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