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 |
그러면서도 대전에서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학연과 지연에 막혀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지역 예술인이라고 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한 단계 내려 보는 시각과 자기 쪽 사람이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고자 하는 일까지 방해하려는 기득권적인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더 힘들기만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젊은 예술인들의 '탈대전'현상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모든 장르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촉망받는 문인, 춤꾼, 인디밴드, 미술가, 음악가들이 대전을 떠나고 있다.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하다”,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전의 문화도 연령상으로 완숙할 수밖에 없다. 4700여명의 대전예총 회원 중에 50대가 1678명(35.3%)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40대(23.8%), 60대(22.6%), 30대(11.1%), 70대(7.2%) 순이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과연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젊은 작가'의 독립적인 생존은 가능할까?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종류의 노동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창작활동에만 집중할 수 없는 것일까?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서의 네모 칸에 자신을 미화시켜 구겨 넣지 않아도, 비록 당장에 가시적 성과물은 없어도 내몰리지 않고 이들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대전을 먹여 살릴 블루칩은 문화예술에 있다고 말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 문화예술 엘리트를 육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예술가에 있어서 '공간'이란 개념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있는 '기회'와 '실현'의 의미를 갖는다. 아직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립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 연습실, 무대 등은 이들이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에 문화적 하드웨어(문화시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비주류의 문화예술계 젊은이들이 시간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행정적 지원도 받으면서 자유롭게 창작하고 발표할 공간은 부족하다.
무조건적으로 최고, 첫 번째가 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만의 색을 가지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비록 아직까지 많이 부족해 대중적이지 못하고 조금은 특이하지만 그런 사회 속에서 젊은 예술가같은 비주류들이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작은 상상에서 시작되며,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도발적인 상상과 창의력을 위해 조금은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런 생각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건물과 시설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원도심에 산재되어 있는 유휴공간들을 이들의 창작 공간으로 허하란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