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묵 한밭대 총장 |
기원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적 가치관은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부모구존 형제무고(父母俱存 兄弟無故)가 일락(一)이요,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仰不怪於天 俯 於人)이 이락(二)이고, 득천하영재이 교육(得天下英才而 敎育)이 삼락(三)이라”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의 소중함, 올바른 생활 윤리 그리고 교육의 소중함이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여겨졌다. 또한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도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와 같은 계몽주의 학자들에 의해 자유 평등 박애 사상이 유럽사회에 크게 확산됐으며 영향으로 지금의 대학제도가 만들어지고 왕권정치가 공화정치로 변화됨으로써 오늘의 민주주의로 발전됐다. 그 결과 봉건제도가 몰락하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져 오늘날 현대 문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같은 시대 우리 조선시대는 이와는 다른 사회적 가치관이 존재했다. 즉 공맹사상을 기반으로 한 성리학의 발전으로 선비정신이 조선사회를 지배하는 사회적 가치관으로 작용했다. 조선왕조실록을 연구해온 사극작가 신봉승씨는 이 선비사상을 한마디로 3통으로 표현했다. 즉 왕권의 정통성과 충성심으로 표현되는 법통, 성균관 등 교육기관의 지식과 학문에서 오는 도통, 엄격한 윤리관을 바탕으로 가문의 명예와 가정교육을 통해 유지되는 체통이 조선사회를 지탱해온 사회적 가치관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조선사회는 수준 높은 정신문화적 배경으로 학문은 발전되었을지라도 폐쇄적 사회구조로 인해 서양의 물질문명이 일본보다 100년 이상 늦게 수용되고 산업사회의 도래도 그만큼 늦어졌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도 일종의 사회적 가치관의 표현이었으며 70~80년대 민주화의 구호 역시 사회적 가치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사회가치관이 그 시대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런 중요한 우리 사회적 가치관이 실종되고 합의적 목표가 없어졌음을 보게 된다. 그 결과 많은 갈등이 발생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의 혼란은 점점 증가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 SNS 등으로 대표되는 사이버세상의 도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법과 이성적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세상과는 다르게 감성적이며 법과 윤리가 필요 없는 자유분방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요즈음 벌어진 된장녀, 개똥녀 사건을 비롯해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출세하려는 지식인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유비(流言蜚語)통신에 이르기까지 사이버공간에서의 혼란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처럼 큰 선거 한번 치르고 나면 이런 현상들은 더욱 크게 증폭된다. 이런 병리현상은 동서, 직업, 세대, 계층 간 갈등 등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사회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는 국가발전의 저해는 물론이고 국민행복에 큰 위협요소일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사회안전망에도 큰 구멍이 될 수 있다.
사회 변화는 그 속도에 따라 진화와 혁신 그리고 혁명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의 변화는 수천 년을 두고 서서히 변화한 진화적 사회인데 반하여, 산업혁명이후 혁신적 사회변화를 거쳐, 매우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혁명적 사회변화는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바른 사회 통합적 가치관이 정립돼야만, 그 가치관을 기반으로 계획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을 억제하고 시민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발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이런 사회가치관 정립이 필요할 때이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왜 우리는 그동안 이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진정한 리더를 갖지 못했는가? 지금은 무엇보다도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바람직한 사회가치관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여성 대통령을 뽑았다. 이번엔 두 후보가 선거결과를 승복하고 상대방에게 서로 축하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마치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평론가 앙드레 모루아는 “정치에 열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나 증오와 열광은 더 이상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새 대통령은 이제 정치로 인한 갈등을 풀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들이 합의하는 사회적 가치관을 차근차근 정립하고 미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전념해 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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