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일반적으로 선거에 임박해서는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가계, 기업 그리고 정부의 운용 면에서 받는 영향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경제주체는 투자와 소비 등을 중단하게 된다. 이제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새 대통령의 향후 경제운용에 대한 구상이 인수위 단계부터 구체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은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새 정부의 출범은 향후 경제에 대한 낙관보다는 불안과 걱정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는 대내외적 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사실은 이러한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 때문에 국민은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고 보여진다.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불안한 장래 경제 여건을 우려해 경제를 운용하는 판을 완전히 뒤흔들기 보다는 자신의 현재 경제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으면서 성장과 분배 면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기대에서 보수적인 노선의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간신히 넘긴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로 추락한 상태다. 경제성장의 세 가지 요소인 노동인구의 증가, 자본투자의 증가 그리고 생산성 혁신의 지표가 모두 추락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취직을 못해 결혼이 늦어지고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으로 아이의 출산을 기피하여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고임금과 투자아이템의 부재 등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성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정부 정책의 실패로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2012년의 경제성장률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 경제가 벤치마킹해 좇아갔던 일본경제가 1990년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이 될 것 같다는 암울한 뉴스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환경은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로 들어갈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터질 때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간부문의 과도한 부채문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소비 둔화에 따른 내수경기의 위축 그리고 달러대비 환율의 하락 추세 가속화 등 향후 한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는 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일본 경제가 추락할 때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세대 사이의 갈등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50대 이후의 세대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아파트 등 부동산과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길 원치 않는다. 또한 세금도 오르길 원치 않으면서 노후를 위한 복지는 좋아지길 원하고 동시에 연금은 현재의 계획대로 죽을 때까지 나오기를 기대한다. 20대, 30대 그리고 40대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는 양보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노후를 위한 복지와 연금을 위해 젊은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경제사회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가에 따라 5년 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어 역사에 기록될 것인 지가 결정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경제사회적 발전 측면에서 역사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대한민국을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현명하게 잘 이끌어 나가기를 우리 모두가 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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