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즈음 우리 선조들의 단열기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닫이와 여닫이 문이다. 미닫이는 양옆으로 밀어서 여는 문이고 여닫이는 앞쪽으로 열고 닫는 문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 문들이 하나씩 설치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함께 설치되어 있다. 여닫이를 앞쪽으로 연 뒤에 미닫이를 밀어 열어야 비로소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닫이는 벽체와 일치된 문틀에 돌쩌귀를 박아 설치하고 미닫이는 방 안쪽에 벽을 따라 홈대를 붙이고 문짝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설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철 찬바람을 차단하여 단열효과를 올리는 기가 막힌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여닫이와 미닫이의 문에 창호지를 바르는데, 여닫이문은 한쪽 면에만 바르지만 미닫이문은 양쪽 면에 바른다. 그러므로 겉보기에는 이중문이지만 실제로는 찬 기운을 3중으로 막는 효과가 있고 여닫이와 미닫이문 사이와 미닫이문의 창호지 공간 사이사이에 따뜻한 공기층을 형성하게 되어 단열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닥나무섬유를 한지 뜨는 발로 일일이 손수 떠서 만들어 문에 바르는 창호지 자체도 단열효과가 이중유리(pair glass)보다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창호지 한 장이 이중유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닫이와 여닫이문은 이중유리 3장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최신 창호에 이중유리를 끼운 창문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공법을 쓰는데, 일종의 미닫이와 여닫이의 원리를 그대로 빌려 쓰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미닫이와 여닫이 속에는 유리문과 다른 아름다움도 담겨 있다. 문창살의 기하무늬들이 서로 엇갈리면서 빗어내는 아름다움은 그 어느 것도 따라 올 수가 없다. 대청마루를 다른 공간과 분할할 때 설치하는 불밝이창 또한 그렇다. 아무리 최신 소재, 최신 건축이 좋다하더라도 아파트 한켠쯤은 우리 고유의 미닫이를 설치하여 그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과학슬기를 음미해 보면 어떨까?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