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고소ㆍ고발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지난 8월부터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지금까지 4개월 간 접수된 고소사건 2478건 중 기소된 비율은 21.9%에 불과했다. 고소사건 10건 중 7건이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였던 셈이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 가운데 22.2%가 '혐의 없음'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무고사범 25명과 위증사범 22명을 적발해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거짓말로 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려한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애꿎게 고소당한 이들은 시간ㆍ경제적 낭비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고소ㆍ고발 남발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해당 사건을 처리하느라 정작 수사권이 발동해야 할 곳에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무고사범의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가출 후 7년 만에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면서 남편으로부터 합의금을 더 타내려 남편을 친딸에 대한 성폭행범으로 고소한 여성, 개인적인 감정 보복을 위해 폭행을 당했다며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상가 관계자를 허위로 고소한 사람도 있다. 빚을 받아내려 채무자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고소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무분별한 고소ㆍ고발이 느는 까닭은 “고소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거나 “민사소송을 거치는 것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탓이다. 무고ㆍ위증사범이 늘고 있는 것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본다. 무고와 위증은 궁극적으로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선량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등 폐해가 크다.
사법기관은 물론 범시민 차원에서 이를 뿌리뽑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독버섯 같은 행위라는 점에서 무분별한 고소ㆍ고발 남발 풍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엄벌을 통한 고소ㆍ고발 줄이기가 자칫 사건 관련자들의 억울함을 키우는 부작용을 빚지 않게끔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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