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체육회, 스포츠 인권향상 폭력예방교육 개최

“라커룸에서도 페어플레이를”

“맞으면서 운동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안 때리고 운동 가르칠 자신 있어요? 정말 어려운 기술이죠. 그래서 스포츠 (성)폭력 예방을 위해선 엄청난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28일 오후 3시30분께 대전시체육회관 회의실. 스포츠 인권향상을 위한 선수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로 나선 대덕대 정문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사진>

정 교수는 이날 스포츠인권익센터에서 마련한 지침을 중심으로 실제 사례 등을 들며, 선수와 지도자, 선수와 선수 간 스포츠 (성)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처방안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교육에 참가한 시청과 시체육회소속 직장운동부 선수와 지도자 등 80여 명은 자료화면을 응시하며, 정 교수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설명에 이어 정 교수는 합숙훈련 중 과도한 체벌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운동을 포기하게 된 초등학교 선수에 대한 보도 영상과 라커룸에서 감독이 선수를 손과 발로 마구 폭행하는 동영상 등을 보여줬다.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 동영상을 무거운 침묵 속에 지켜봤다.

정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폭행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관행처럼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한 선수는 “솔직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런 환경 속에서 운동을 했던 게 사실이다”라며 “오늘 교육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지도자는 “스포츠는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우리 스포츠계는 하드웨어는 발전했지만, 소프트웨어 즉, 폭력 등에 대한 인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런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 체육회 최대현 운영팀장은 “시체육회에선 올해 11차 교육까지 해 총 1600여 명의 선수와 지도자에게 교육을 실시했다”면서 “선수들이 인권이 보장되는 양질의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자기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인권교육을 2006년부터 시작했지만, 2009년 담당부서가 생기고, 2010년부터 전국 시ㆍ도를 대상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 참관한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팀 손보은 주무관은 “매년 전국 16개 시ㆍ도에 9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다른 예산을 조금 줄여 교육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다”라며 “내년초 선수지도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면 교육과 함께 지도자들의 선수 인권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포츠 (성)폭력과 관련해 대전시체육회(042-250-3011),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익센터(02-4181-119), 경찰서(112), 학교폭력근절 신고센터(117), 헬프콜 청소년 전화(1388)로 연락하면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두선 기자 cds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