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범한 세종시로 정부부처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세종을 중심으로 한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용틀임을 하고 있다. 세종시대의 개막은 충청이 비단 정치ㆍ행정ㆍ경제ㆍ사회 뿐만 아니라 문화ㆍ체육의 요충지이자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명제도 내포하고 있다. 문화의 불모지, 허약한 체육이라는 충청의 현실을 짚어보고, 향후 '문화체육 수도' 실현을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문화
▲ 대전 시립교향악단의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연모습. |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통해 문화도시의 진정한 조건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음악의 도시 '비엔나' & 문화예술의도시 '대전'=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이다. 음악의 도시라는 명칭은 그저 듣기 좋아서 붙인 것이 아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오늘날의 빈을 '음악의 수도'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만든 것이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비엔나 도심 곳곳에선 '음악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일 밤 크고 작은 연주회가 열린다. 지난 1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중심지인 슈테판 성당 앞에선 길거리 연주가, 퍼포머 등 다양한 볼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얀 피부, 파란 눈, 금발의 악사들의 공연이 비엔나 거리를 물들였고, 익살스러운 분장을 하고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또한 시내 곳곳에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알리는 벽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고, 일년 내내 음악과 관련된 축제가 벌어져 음악의 본고장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5월과 6월 사이에 열리는 비엔나 페스티벌, 7월과 8월에 열리는 뮤직 필름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를 음악회장으로 만든다. 하이든, 모차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등 음악을 사랑하며 다른 나라의 음악가들에도 자유스럽게 문을 열어 놓는 등 개방적인 풍토가 오늘날의 비엔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비엔나에 흐르는 예술의 향기는 지자체의 예술적 지원과 시민들의 수준 높은 안목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화를 접하는 시민들의 연령층 또한 어린이부터 백발의 노인들까지 폭넓어, 음악은 이들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의 도시, 대전을 떠받치는 한 축을 담당하고픈 대전 시립교향악단도 지난 14일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뮤지크 페어라인 황금홀에서 공연을 펼쳤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음악을 알리고 소개하는 것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우리의 클래식음악의 수준을 각인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전에는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은 물론 역사를 자랑하는 연정국악원 그리고 대전 각 구(區)문예회관 외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공연장까지 수십여 개에 달한다. 각 공연장마다 성격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공연 문화로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문화도시 대전에게는 먼 나라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로 오페라하우스를 재건한 비엔나 시민들과 달리 대전 시민들에게 문화적 인식의 차이는 크다. 시민들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문화예술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엔나 거리의 악사들. |
대전은 지리적 여건상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 안에 올 수 있는 거리다. 또한 첨단 과학, 선비문화, 교육 환경 등의 장점과 문화예술의 융ㆍ복합을 통한 대전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산재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를 비롯, 예술단체, 예술가들은 대전만의 장점을 찾아 콘텐츠를 만들어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호간 협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상언 문화재단 대표는 “문화는 수십년, 수백년 쌓아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시민들의 문화 마인드를 높이는 게 우선 중요하다”며 “문화에 대한 정책과 노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뤄지고, 여기에 시민의 힘이 모아져야 비로소 문화수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 수도로 거듭나기 위해선 문화예술인, 주민, 문화예술 정책가 등 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네트워크 구성원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면 한계를 극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순중 대전예총 사무처장은 “문화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본 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며 “외부인들을 유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창작 지역 테마촌 집중 육성 등이 한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
▲ 왼쪽은 생활체육 게이트볼. |
충청권 체육의 현실은 세종시대에 부응하기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전에서 충청권은 열악한 체육 여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대전은 15위, 충남은 8위, 충북은 11위를 차지했다. 가장 적은 규모로 처녀 출전한 세종시는 역시 17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
대전은 만년 최하위인 제주도와 세종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충남도 2001년 전국 1위를 차지한 이례 이듬해 3위, 이후 4~6위로 상위권에 랭크하는 등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2011년 7위에 이어 2012년 8위를 해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충북은 고등부 선수들의 고른 활약 덕택에 11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번 체전에서 919개 세부 종목 중 225개 종목(24.4%)에 불참하는 등 열악한 게 현실이다.
생활체육 동호인들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요에 따른 인프라 공급도 여의치 않다.
실제 대전의 생활체육동호인은 2009년 35종목에 28만7854명(3028개 클럽)에서, 2010년 42종목 32만7087명(3233개 클럽), 2011년 45종목에 38만5426명(3956개 클럽), 2012년 46개 종목 46만2702명(4346개 클럽)으로 폭증하고 있다.
충남과 충북도 대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 등록된 생활체육동호 이외의 일반 주민까지 포함하면 생활체육을 즐기는 주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충청은 이제 체육수도가 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체육계는 입을 모은다.
대전시체육회 최대현 운영팀장은 “세종시대가 시작된 만큼 세종시를 중심으로 대전과 충남북은 수도권의 '체육집권화' 를 극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체육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21세기 체육의 모델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최 팀장은 “이를 위해 우선 대전이나 세종 등지에 태능선수촌 못지않은 체육연수시설 등 전국적 규모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각종 체육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스포츠 테마도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초등학교부터 대학, 일반 실업팀까지 연계할 수 있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체육 인재를 꾸준히 육성해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덕대 생활체육과 정문현 교수는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은 이제 대한민국 스포츠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시설을 많이 보완하고, 체육인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스포츠마케팅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접근성 등을 볼 때에도 충청권은 스포츠를 통한 국민 화합의 장소로 최적이다”라며 “이를 위해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충청권에서 많은 스포츠 축제가 열리고, 많은 체육인들이 교육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찾도록 하는 등 중장기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시생활체육회 김세환 사무처장은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라며 “점차 좋아지고는 있지만 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충청권의 생활체육이 전국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장애인체육회 김지현 팀장은 “이제 장애인체육도 점차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건은 열악하다”면서 “중기계획 수립, 체육시설 인프라 확충, 장애인체육 저변 확대 등을 위한 홍보 활성화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최두선ㆍ박수영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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