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유일한 단 한 사람(one and only)을 만나는 한순간이
꿈이 되고 꿈은 현실이 되기도 하고….
'옆구리 시리다'라는 말이 뼛속 깊이 와 닿는 계절이다. 농담 같으나 농담일 수 없는, 사무치게 짠하면서 육감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그 연민을 설명하자고 아담의 갈빗대까지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 마음이 추우면 몸도 춥다. 마음이 신체 감각을 동반하는 것, 즉 일종의 '체화(體化)된 인지'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글을 쓰기 전, 집단미팅 '솔로대첩' 행사의 초장(장이 서는 처음)과 늦장(늦게 장보러 옴), 파장(장이 끝남)의 전 과정들을 찬찬히 다시 봤다. 대전은 취소됐고 천안은 여성 '참전자'가 없었고 청주는 눈치만 보다 무산됐다. 전국적인 성과도 시원찮았다. 가만히 보니 '준비 땅!' 하면 우르르 몰려가 짝을 찾는 방식부터가 한계였다. 대첩 아닌 대첩 이후 솔로들의 옆구리 체감온도는 시리다 못해 아리겠지 싶다. 악조건에서 한 쌍 탄생한 '희소성'이 당연히 뉴스 기준은 충족시키고 있다.
그들 커플은 모르긴 해도 짝짓기 지능이 우월하거나 시각, 청각, 신체감각 중 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시각 우위 유형일 것이다. 사람들은 0.13초 안에도 생면부지의 짝을 알아본다. 1찰나를 75분의 1초(0.013초)로 잡으면 10찰나(0.13초)밖에 안 걸린다. (두 청춘남녀가 당긴 팽팽한 명주실을 단도로 끊는 시간이 64찰나.)
이 '눈 깜짝 할 사이'(=0.25초)의 절반이 안 되는 시간에 이뤄진 생물학적인 이끌림은 경이롭다. 첫눈에 반하는 남자는 50%, 여자 10% 가량이다. 부산 광안리 500명 대 1명, 여의도 9 대 1의 남녀 성비 구성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것도 길다고, 첫눈에 반하는 시간을 1000분의 1초로 단축시킨 새 연구도 나왔다. 한 시간 이내를 '첫눈에 반함'으로 간주하는 사회심리학적 기준은 너무 느리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이뤄진 커플의 55%가 결혼하고 그 75.9%가 견고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첫눈에 끌린 사랑이 그렇지 않은 사랑보다 지속가능한 사랑이 될 확률이 높다. 세상일에 장고 끝의 악수(惡手)가 얼마나 많은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자연계에는 아주 흔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번식하는 데 이력서, 자기소개서 분석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마트 한정판매의 위력과도 같다.
상대적이지만 솔로는 배척됐다는 느낌, 커플은 포함됐다는 느낌을 더 받는다. '사회적 배척'을 느끼면 춥다. 포함의 감정보다 배척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집단이 같은 방의 온도를 평균 3도나 춥게 말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휑한 바람 한 줄기에 옆구리가 시리다면, 무엇보다 직관의 힘을 믿는다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강추'하고 싶다.
때로는 비논리적, 비이성적이라 믿는 직관이 합리적일 수 있다. 삶의 긴 터널이 '모두' 아닌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이라서가 아니다. 짝 찾기에 4초나 걸린 나 개인의 옹색한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고, 또 솔로들에게 어깨나 등을 빌릴 상대를 찾아 따뜻하고 옆구리 안 시린 계사년 새해를 마음으로 선사하고 싶어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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