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을 찾는 지루한 경매과정과 시설 인수과정에서 수족관 수온유지장치 고장이 장시간 방치돼 상당수 물고기가 폐사한 것.
27일 대전 중구 보문산의 대전아쿠아월드는 출입을 막는 펜스가 쳐진 채 적막감 속에 잠겨 있었다.
지상 3층 100대 규모의 주차동은 차량 한 대 없이 각종 쓰레기만 쌓여 있었고 4층 분양상가는 집기류를 버려둔 채 모두 철수해 폐허를 연상케 했다. 아쿠아월드 앞 광장은 며칠 전 눈이 그대로 남아 발자국 하나 없이 빈집의 마당처럼 황량했다.
그나마 건물 밖 수족관 환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 안에 생명이 살아 있음을 전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전아쿠아월드 내 물고기는 대부분 폐사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두 명 이상의 아쿠아월드 전직 고위 관계자들은 기자와 전화에서 “수족관 수온조절장치가 고장이 나 대형수족관을 제외한 대부분 수조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말았다”며 “일부는 국제적 희귀종이라 국제기구에 보고하고 반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 어름치와 열목어 등 국내 희귀 민물고기뿐 아니라 세계 최대 몸집의 민물고기인 아마존 피라루크가 폐사했고 나머지 돼지코거북(세계멸종위기 2급 보호종) 등은 대형수족관에 옮겨져 생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 1년 동안 관람객 60만명의 관심을 받았던 물고기가 대부분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지만, 수족관 내 입장을 거부하고 있어 정확한 폐사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시설관계자는 “전기는 수조가 있는 곳에 일부 들어오고 나머지는 단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매에서 대전아쿠아월드를 인수한 우리EA관계자는 “많은 기업과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현장확인도 시키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설명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물고기 보존에 노력하고 있으나 시설을 언론에 개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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